우리의 원수(적대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 우리 편이 아닌 다른 편 사람들을 축복하는 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중대한 명령임을 늘 인식해야 합니다. 이 명령을 굳게 붙잡고 실천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답게 변화되어 성숙한 온전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아버지를 닮는 성숙함과 온전함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은 바로 ‘원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그러므로 너희는 완전하여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마태복음 5:48)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라. 완전하여라.” (창세기 17:1)

 

마태복음 5장의 마지막 구절인 48절은 산상수훈의 중 토라(율법)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5:17-48)을 마무리하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을 온전히 음미하려면 ‘완전하라’라는 명령이 나오는 구약성경의 유명한 구절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바로 창세기 17:1, 아브라함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셔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라. 완전하여라.” (창세기 17:1)

 

창세기 17:1에는 두 개의 명령형 동사가 연속해서 나옵니다. “내 앞에서 행하여라”와 ‘완전하여라’입니다. 이 구절에서 ‘행한다’는 히브리어 동사는 좀 특별한 형태(히트파엘)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행하라’라고 번역하면 이 단어의 의미가 밋밋해집니다. 히브리어 문법의 뉘앙스를 살리려면, ‘왔다 갔다 하라’라고 번역하는 게 좋습니다. 즉,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라’는 말씀인데,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늘 하나님 앞에서 행하라는 뜻입니다. 늘 하나님과 동행하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두 번째 명령인 “완전하여라”라는 명령도 숙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완전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 지상에서 도저히 완수할 수 없는 과제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완전한 수준의 윤리를 아브라함에게 요구하신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표현은 히브리어의 문법의 ‘이중 명령 구문’이라는 특별한 구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중 명령 구문이란 히브리어에서 두 개의 명령이 연속해서 나올 때, 첫 번째 명령은 실행해야 할 요구 사항이 되고, 두 번째 명령은 그것을 실행할 때 이루어질 일에 대한 분명한 보장이나 약속이 된다는 것입니다.1)

 

그러면 창세기 17:1은 이렇게 풀어 번역할 수 있습니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너는 내 앞에서 늘 왔다 갔다 하여라. 그러면 내가 너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겠다.” 여기서 ‘완전함’은 하나님의 자신의 성품을 반영하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하신 이 명령과 약속은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드러냅니다. 그것은 아브라함을 선택하시고, 자신과 동행하게 하시면서, 그를 변화시켜 완전한 사람, 즉 하나님을 닮은 사람으로 빚어 가시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마태복음 5:48 말씀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완전하여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라는 예수님의 명령도 일견 사람이 성취하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명령입니다.2) 그러나 이와 동일한 명령이 아브라함에게 주어졌던 것을 떠올리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이 명령은 우리가 성취해야 할 행동이나 윤리적 수준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우리를 변화시켜 가실 결심을 보여주는 명령, 즉, 이중 명령의 두 번째 부분인 것입니다. 그러면 이 목적에 도달하는 구체적 방법, 이중 명령의 첫 번째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 48절 말씀과 문맥에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히브리어 이중 명령 구문과 내용적으로 비슷한 문장이 앞에 나왔습니다. 바로 44-45절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마태복음 5:44-45)

 

이 말씀 앞부분의 명령은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명령이며, 그 명령을 실천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닮게 된다는 약속이 따라옵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을 닮도록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연습, 영적 훈련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시는 말씀입니다. 즉, 우리를 적대하는 사람을 너그럽게 대하고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오히려 축복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앞부분의 명령을 실천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본성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령님의 도우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모든 자녀들에게 주시는 과업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행하여야 우리가 하나님 자녀답게 온전한 삶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의 원수(적대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 우리 편이 아닌 다른 편 사람들을 축복하는 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중대한 명령임을 늘 인식해야 합니다. 이 명령을 굳게 붙잡고 실천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답게 변화되어 성숙한 온전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아버지를 닮는 성숙함과 온전함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은 바로 ‘원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1) 명령법이 그 앞의 명령형에 … 논리적으로 의존하고 있을 때, 이 명령법은 이전 행위의 모종의 결과로서 어떤 행동이나 상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명한 보장이나 약속을 표현한다. (『게제니우스 히브리어 문법』, §110.2)

2) 참고로, 당시의 일상 헬라어에서 ‘완전한’이라는 형용사는 절대적 완전 상태를 암시하는 말이 아니라 ‘성숙한’이나 ‘온전한’과 가까운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동물이 다 자라 성체가 되면 ‘완전해졌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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