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브랜딩의 출발은 브랜드 미션과 함께 브랜드 에센스를 개발하는 일이다. 단, 하나여야 한다. 좋은 설교, 헌신적인 구제, 선교제일주의, 새로운 크리스천 문화 창조 이 모든 것을 담은 브랜드 에센스란 없다. 그런 것들 중에 하나! 하나여야 한다. 그래야 새로 시작하는 목회가 어떤 목회인지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다. 그래야 교회 로고타이프(logotype)도, 설교 스타일도, 공동체 활동도 거기에 맞게 세팅되고 지속될 수 있다. (본문 중)

최석규(쉐어스팟 대표)1)

 

얼마 전 막을 내린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재벌 총수와 가난한 청년이 등장하는데 그 청년이 죽었다가 재벌 손자로 환생을 한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자조적인 요즘 정서를 생각하면 이런 류의 환생물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재벌이 아닌가.

 

여기서 ‘진도준’이라는 재벌 손자가 연이어 투자에 성공하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돈을 벌려면 시장을 읽으라고. 그런데 시장을 읽으려면 사람을 읽어야 한다고. 사람을 아는 것, 사람을 읽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이다. 그들의 생각과 욕구(needs)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세탁해 주는 ‘세정 능력이 탁월한 세제’가 있다고 하자. 그런 제품이라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만한 좋은 세제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독하기 때문에 티 하나 남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면 세탁을 잘해주는 세제가 아니라 ‘독한 세제’가 되어 버린다. 팩트와는 상관이 없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제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인식(perception)만이 사실(reality)’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사람의 인식과 관련해서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는 인간을 ‘슬기로운 사람’,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이름 지었다. 달리 말하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인간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지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의 저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에 의하면 몸무게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은 2%인데 반해 에너지는 20%나 소비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뇌는 에너지를 많이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뇌의 특징을 198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수잔 피스케(Susan T. Fiske) 교수와 UCLA 셜리 테일러(Shelley E. Taylor) 교수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명명했다. ‘생각하는 데 인색하고 생각하기 싫어하는 뇌’를 이렇게 규정한 것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하나의 인식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 ‘Volvo’ 자동차 하면 사람들은 ‘안전’을 떠올린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심플함이 핵심이다. 브랜딩(Branding)은 여기서 출발한다. 사람의 뇌가 받아먹기 좋도록 ‘하나’를 던져야 한다. 경쟁자들과 차별화될 수 있고,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욕구를 건드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출발점, 그것을 보통 브랜드 에센스(Brand essence)라고 부른다. 그 이후 모든 활동은 그 콘셉트에 집중해서 일관성 있게 지속할 때 비로소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선호가 생기고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브랜딩이다.

 

MZ세대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자신들의 브랜드 미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 a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친환경’이라는 브랜드 에센스와 이런 철학으로 인해 제품도, 포장도 매장도 모두 그렇게 생산하고 관리한다. 유기농 면만 쓰고 친환경 매장을 운영하며 쓰레기 재생 공법을 활용한다. 유명한 플리스인 Retro-X 재킷은 버려진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옷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모든 광고는 제발 나를 사달라고 갖가지 말로 어필하는 게 일반적인데 파타고니아는 아예 자기네 옷을 사지 말라고 한다. 보다 적게 사고 살 때는 잘 생각해 보고 사라면서.

 

ⓒpatagonia

 

마케팅과 목회는 닮았다. ‘사람을 낚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람을 낚기 위한 목회 브랜딩의 출발은 브랜드 미션과 함께 브랜드 에센스를 개발하는 일이다. 단, 하나여야 한다. 좋은 설교, 헌신적인 구제, 선교제일주의, 새로운 크리스천 문화 창조 이 모든 것을 담은 브랜드 에센스란 없다. 그런 것들 중에 하나! 하나여야 한다. 그래야 새로 시작하는 목회가 어떤 목회인지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다. 그래야 교회 로고타이프(logotype)도, 설교 스타일도, 공동체 활동도 거기에 맞게 세팅되고 지속될 수 있다.

 

세상엔 많을수록 좋은 것들이 많다. 친구도, 돈도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사람을 움직이기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만큼은 ‘everything은 nothing’이다.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1) 광고 기획자, 가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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