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청년운동본부에서 청년들을 잇고 생각과 세상을 밝히는 이슈별 소모임인 ‘잇슈ON’이 지난 10월부터 진행되었습니다. 느슨한 공동체와 고민의 해소에 갈증이 있는 청년들이 일상과 사회의 관심사에 따라 소모임에 참여하여 안전한 소속감을 누리며 생각과 꿈을 나누고, 우리와 세상을 밝히는 파동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었는데요! 함께 참여했던 잇슈ON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문화컨텐츠 소비러의 내가 찜한 목록 후기]
추운 겨울,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
김주혜(문화컨텐츠 소비러의 내가 찜한 목록 참가청년)
안녕하세요. 잇슈ON 참가자 김주혜입니다 🙂
먼저,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신 기윤실과 진행해주신 몬드님께 감사를 표하며, ‘문화컨텐츠 소비러의 내가 찜한 목록’ 후기 시작합니다!
10월 중순쯤, 친언니가 기윤실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한다는데 관심 있을 것 같다며 링크를 보내주었다. 채식 등 다른 소모임들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문화컨텐츠 소비러의 내가 찜한 목록’(이하 문화컨텐츠 소비러)에 관심이 갔다. 다양한 덕질과 문화생활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청년들과 만나고, 또 나의 인생작과 취향을 얘기하는 시간이 재미있을 거라 기대되어 신청했고, 곧 연락을 받게 되었다.
첫번째 만남, 낯선 길을 만나면 여지없이 헤매는 길치답게 조금 헤맸지만 잘 도착했다. 초행길은 역시 일찍 출발하자는 교훈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기윤실의 문을 열었다. 따뜻한 온도와 맛있는 간식이 맞이해주는 공간에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첫 만남의 설렘과 어색함은 자신의 취향을 나누며 눈 녹듯 사라졌다.
무엇보다 신선한 진행이 마음에 들었다. 하나는 ‘인생작 영업타임’, 다른 하나는 ‘보았던, 보고 있는, 볼 컨텐츠’들 나누기. 기록을 특별히 하지 않는 한 봤던 컨텐츠들이 잘 기억에 남지 않는데, 문화컨텐츠 소비러에 참가하는 동안 어떤 것을 보았는지 떠올리고, 또 함께 나누고 싶은 컨텐츠들을 고르고, 또 그동안 잘 손대지 않았던 컨텐츠를 보기로 결심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인원이 많지 않음에도 각자의 취향이 색다르다 보니 평소 관심없었던 것들도 한번 더 흥미를 가지고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씩 본 컨텐츠들이 겹치면 어찌나 반가운지!
두 번째 모임에는 아쉽게도 선약이 있어 참가하지 못하고, 세 번째 모임에서 나의 인생작을 소개했다. 본 게 많은데 기억은 잘 안 나는 슬픔(ㅠㅠ)을 딛고 영화에서만 골라서 발표했다. 이제야 생각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인생작들이 너무 많아서 아쉽다.
다른 분들의 인생작들도 모두 흥미로웠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컨텐츠들이 참 많다는 생각에 갑자기 인생의 유한함이 약간 서글퍼졌다(?). 서로가 소개하는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관 등을 엿볼 수 있었고, 나 또한 인생작을 정리하며 나의 취향과 생각을 다시금 정돈할 수 있었다.
어느새 2022년도 지나가고 2023년이 시작되며 마지막이자 다섯번째 모임을 맞이했다. 이때는 용산에서 만나 영풍문고에서 각자 책을 고르고, 그후에는 영화를 보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각자 흩어져 서로에게 선물할 책을 골랐는데, 아쉽게도 내가 고르려던 책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책 구경을 하니 신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기분좋게 책을 서로 주고받은 후 카페에 가서 담소를 나누려고 하였으나, 주말의 용산은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아쉽게도 카페의 빈자리가 보물찾기 수준으로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카페 대신 영화관이 내려다보이는 벤치에서 얘기를 나누며 그 동안의 감상들을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소모임에서 성경이나 기독교와 관련된 얘기를 주로 나눠야할 것 같은 약간의 부담이 있었는데, 그것을 떠나 자유롭게 서로의 취향을 알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인생작 목록에 기독교적 요소가 적은 것을 보면서 기독교와 문화가 만나려면 갈 길이 조금 멀겠다는 생각에 약간은 씁쓸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열린 마음 덕분에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살다보면 경험이 주는 귀중한 교훈도 있고, 그 일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일도 있다. 반면, 문화 컨텐츠를 통한 경험들은 ‘간접경험’이라고 취급받으며 덜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덕후들은 안다. 그 만화, 그 영화, 그 소설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어떠한 경험을 받아들일 때 ‘해석의 틀’로 작용하는 것 또한 문화컨텐츠들이기에, 우리가 좀 더 많은 문화컨텐츠들을 누리고 나누며 더 풍성해진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기윤실 청년운동본부의 잇슈온을 통해 문화컨텐츠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고, 그 영향력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기윤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해서 청년들이 만나 소통하며, 건강한 기독교적 문화가 더욱 퍼져나가기를 기도해 본다.
다시 한번, 만났던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기윤실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다들 행복한 문화생활을 누리는 2023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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