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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비벌리 엔젤의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직접적인 지침서는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관계 속에서 낮은 자존감과 자기 상실의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을 위해 쓰였다. 그는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화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분석과 해법을 제시한다. 여성의 심리적 반응이 왜 남성의 그것과 다른지, 왜 주로 이성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잃는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규명하며, ‘자기 상실 증상’의 스펙트럼과 그 증상의 강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본문 중)
김현아1)
연애와 사랑은 청춘들의 일상과 희로애락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나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환상에서부터 연애를 시작한 뒤 겪는 여러 감정과 고민의 실재에서까지, 우리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와 사랑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상대를 향해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더라도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고,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미숙해 실수와 잘못을 하게 되는 상황, 사랑과 다른 것을 혼돈하여 괴로워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충분하지도 않은 것이 사랑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진실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비벌리 엔젤의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직접적인 지침서는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관계 속에서 낮은 자존감과 자기 상실의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을 위해 쓰였다. 그는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화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분석과 해법을 제시한다. 여성의 심리적 반응이 왜 남성의 그것과 다른지, 왜 주로 이성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잃는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규명하며, ‘자기 상실 증상’의 스펙트럼과 그 증상의 강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중 첫 번째 부분인 “자기를 잃어버린 여자, 내 이야기일까?”는 사랑에 빠지면 자기를 잃어버리는 여성의 특징을 보여 준다. 이들은 자아 경계가 약해 불안과 의존, 희생이 나타나는데, 상대를 통해 힘과 성취를 얻고자 하거나, 상대와 별개의 삶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끊임없이 상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거나,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거짓 자아로 살거나, 감정을 억제해 왔거나, 특히 양육자와 애착 경험이나 개별화의 부재가 자존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여성이 가지는 문화적, 생물학적 요인은 여자가 자신보다 남자를 더 사랑하도록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남성보다 덜 독립적이고, 더 순종적이며, 더 로맨스의 환상에 빠지고, 고통을 관계 결속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결국 이러한 특성과 더불어 “자아 경계가 약해 연애를 하는 동안 자기를 잃어”버리면 “이별 후에 돌아갈 자기 삶이 없”게 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자기의식을 갖추고 지킬 수 있어야 남성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책 초반에 나오는 ‘자기를 잃어버린 여자 테스트’의 스무 개 문항을 참조하라.)
많은 여성들이 실제로 사랑에 ‘빠지게’ 되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불안, 그가 나를 구원해 줄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 관계와 상대 남성에 모든 신경이 쏠리고 일상이 기울게 된다. 심한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소홀해지는 친구들을 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저자는 두 번째 부분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7가지 약속’을 제시한다. (1) 천천히 사귄다. (2) 꾸민 모습보다 본래의 자기를 보여준다. (3) 자기만의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4) 환상에서 빠져나와 현실에 집중한다. (5) 남자를 위해 자신을 바꾸지 않는다. (6) 서로 동등한 관계로 만난다. (7) 참지 말고 속마음을 표현한다. 이 약속들의 핵심은 상대와 동등하게 자신의 감정, 약점, 취향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을 돌볼 시간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자신만의 개별적인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당장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참는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공간은 당신에게 필요한 구조와 정체성을 제공한다. 자기 자신을 만나고 싶은 감정과 접촉하는 공간이다. 남자와의 관계를 떠나 오직 당신만의 모습을 담은 물건들로 이곳을 장식하라.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이 공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라. (122-123)
평등과 상호 호혜성에 기반을 둔 관계를 쌓아간다면 사랑과 수용이 느껴지는 환경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 (172)
마지막 세 번째 파트에서는 ‘자존감 있는 여자로 사는 법’을 일러준다. 고독 속에서 자신의 개성과 패턴 등 본래 모습을 발견하는 것, 자기 목소리와 감정으로 건강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것, 내면의 결점과 어두움을 존중하고 자신의 밝은 면과 통합시키는 것, 그리고 양육자와 남성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판단과 능력을 믿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소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은 다른 분들도 ‘자존감 있는 멋진 나’를 만나게 될 것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기억이 난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아팠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 독자들을 향해 “강하고 독립적이며 자의식과 개성을 지키는 당당하고 충만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돕겠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그런 마음이 온전히 느껴졌다. ‘사랑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린 여자’가 원망하거나 후회하거나 자책하도록 두지 않고,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양육 환경, 과거 남성과의 관계를 담담하게 하지만 진지하게 돌아보도록 도와주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점검해 보고 스스로를 알아차리고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이끌어 준다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사랑과 관계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고통에 빠지는 여성들에게 자아를 단단하게 지켜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사랑이나 남성이 나를 완전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자신으로서 살 때에 비로소 관계도 사랑도 온전해진다는 것을 일깨운다. 사랑과 관계의 고민으로 씨름하는 많은 여성들이 타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키며,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긍정하고 도닥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여성에게 그 용기와 자존감의 힘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존귀한 존재,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온전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1)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 청년센터WAY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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