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불러온 폭염과 항공기 난기류 사고(유미호)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는 지금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전 세계가 약속했던 산업화 이후 1.5°C라는 임계치에 근접한 상황을 보고 있다.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폭염, 가뭄, 홍수 등이 매년 그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피해와 고통을 초래할 것이다.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항공편 수만 봐도 걱정이 크다. 모든 항공편 운항이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항공기 운항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현재는 그리 심각하지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이용하면서 2050년에는 항공기 운항이 3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한다.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상 기후로 인한 항공기 난기류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난기류는 공기가 불규칙하게 흐르며 비행기를 좌우로 흔들거나 급강하하게 만드는 현상으로, 대류운, 제트 기류, 산악 지형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이러한 난기류의 빈도와 강도를 더 증가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지난 5월 21일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난기류로 태국 방콕에 비상 착륙해 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다쳤다. 과학자들은 이 사고의 원인을 기후 변화로 지목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난기류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항공기 운항 시 예상치 못한 난기류와 같은 기상 이변이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항공사와 승객 모두에게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인데, 따라서 난기류에 대한 예측 알고리즘 개발과 항공기 안전 기준 강화 등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다 보니 올해도 우리는 가장 더운 해를 맞게 될 듯하다. 매년 갱신되는 기록으로 우리는 올여름에도 극심한 폭염을 버텨야 한다. 이제 폭염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폭염은 기후 변화의 대표적 현상 중 하나로, 열사병, 탈수, 전해질 장애 등 다양한 질병을 초래하며, 만성 폐 질환, 심장 질환, 신장 장애, 정신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문제는 갈수록 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2001-2010년 기간에 폭염 위험이 “높음”으로 분류된 지역은 69곳이었으나, 2021-2030년에는 126곳으로 늘어날 것이다. 서울에서 폭염과 관련하여 사망한 사람 수는 2001-2010년에 10만 명당 0.7명이었으나, 2036-2040년에는 1.5-2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는 일상 속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하는 건설 노동자와, 고령층, 저소득층, 만성 질환자 등 취약 계층의 건강과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열지수가 높아질수록 취약 계층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없거나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은 구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욱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대기 오염 배출 시설의 밀집도와도 관련이 있으며, 반대로 병원과 녹지 면적이 많은 구역에서는 사망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취약 계층에 대한 우선적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폭염 발생 시 긴급 냉방 시설 제공, 대피소 운영, 건강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기후 적응 능력을 강화하고, 대기 오염을 줄이며, 녹지 공간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폭염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농업 분야에서는 더한데, 농업 분야에서의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수는 적은 편이지만 사망 확률이 높고, 농작물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2021년에는 2018년 대비 폭염으로 인한 보상 건수는 18.9배, 농작물 피해 면적은 3.5배 증가했다. 농업 분야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및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전 대응으로는 폭염 특보 시 농업인에게 온열 질환 예방 요령을 알림 서비스로 제공하고, 농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현장 지원 서비스, 무더위 쉼터 제공 및 드론을 활용한 작업 현장 확인 등을 시행한다. 사후 대응으로는 농업인안전보험을 통해 폭염 피해 보험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농축산물의 경우, 생육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폭염 대응 현장 기술 컨설팅을 통해 안정 생산을 지원하며, 수매 비축 및 계약 출하 물량 추가 확보와 예비묘 준비 등을 통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사후 대응으로는 신속한 손해 평가와 보험금 우선 지원, 어린 가축 입식비, 그리고 기후 재난으로 농작물이 회복 불능일 때와 일부라도 회복이 가능한 상태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인 대파대와 농약대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상황이 기후 취약 국가에서는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서아프리카에서는 100년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수준의 극한 폭염이 현재 10년마다 한 번씩 덮치고 있다(World Weather Attribution의 연구보고서, www.worldweatherattribution.org). 앞으로 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아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까지 상승한다면, 이 같은 폭염은 격년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인체에 위협적일 뿐 아니라 이 지역 주력 산업인 코코아 생산과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미 최근 2년 동안 코코아 가격은 세 배 이상 급등했다(2022년 1톤당 2,500달러가 현재 8,000달러를 넘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주요 코코아 공장은 원두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줄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폭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후 위기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데 이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을 누적해 온 국가들과 더불어 모든 나라들이 공동으로 차별적 책임을 져야만 할 사항이다.

올여름 우리 모두가 기후 열대화로 인한 폭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 체계가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 발맞춰 재난 경보 시스템과 예방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님은 지금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이들 속에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탄식하시면서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곧 너희의 고통이자 죽음이 될 것이라며 애타게 경고하신다. 어렴풋하게나마 그 부르심을 듣고 있는 이가 있다면, 그들과 우리 모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기후 증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너는 벙어리와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며, 곤고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잠언 31:8-9)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마태복음 11:17)

지금 당장 계층별, 지역별, 업종별 폭염 저감 대책을 철저히 점검하고 중장기적인 맞춤형 폭염 피해 예방 매뉴얼이 만들어지도록 하자. 만일 우리가 기후 취약 계층에 맞춰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머지않아 곧 전 지구로 확산될 수 있다. 어느 곳도 예외 없이 모두가 기후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이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았던 것처럼, 폭염을 비롯한 기후 재난에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채로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목소리를 낼 때는 절대 혼자의 소리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그래야 하듯, 우리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모두가 함께 행동을 할 때 간신히 이루어질 수 있다. 화석 연료에 의존한 구조를 재생 에너지 기반의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고, 해외 석탄 투자를 철회하고, 내연 기관 자동차를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등, 지금보다 더 높은 감축 목표를 세우고 실질적인 이행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더 기도하고, 더 소리 내고, 더 다른 삶을 살아내 보자. 우리 모두가 온 힘을 다하면 기후 위기 너머의 지속 가능한 미래의 삶이 계속 이어지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