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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복잡하다면 버려야 한다. 그러면 복잡했던 문제가 작아지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바뀌는데 이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인 경우가 많다. 삶의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그걸 복잡하게 만든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버리면, 알트만의 어록이 보여주듯, 진짜 지켜야 할 것이 보인다. (본문 중)
이정일(작가, 목사)
진짜 아끼던 책들을 지난주 버렸다. 버렸다고 했으나 실은 필요한 사람에게 주었다. 책을 담은 가방을 밴에 옮겨 싣는데 기분이 묘했다.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었다. 서운함과 찌릿함이 교차했다. 그래도 책이 좋은 곳으로 이사하니 위로가 되었고 사 모을 때 느꼈던 희열이 줄 때도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를 읽으며 짐작은 했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건 버렸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사실 늦가을의 나무처럼 버리면 서두를 필요도 반짝일 필요도 아쉬워할 필요도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난 그러지 못했다. 버릴 용기가 없어서다.
그러다 아팠고 아프니 분명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나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아프니 내려놔야 했고 버려야 했다. 내려놓는 것, 버리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대상을 억지로 움켜쥐는 대신 삶의 주도권이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가만히 두는 것이다.

버리고 내려놓고 덜어내면 손해일 듯하나 아니다. 오히려 풍성해지고 채워진다. 정원사가 꽃대를 자르고 작가가 소설 속 주인공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게 다 이유가 있다. 꽃은 풍성해지고 사람은 단단해진다. 이것을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의 어록도 보여준다.
가족, 친구, 연인을 우선순위에서 절대 하위에 두지 마세요.
사람들과 더 많이 이야기하세요. 긴 콘텐츠는 더 많이 읽고 트윗은 더 적게 읽으세요. TV도 줄이세요. 인터넷 웹서핑으로 보내는 시간을 줄이세요.
똑똑하고 흥미롭고 야심 찬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세요.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들에게서 오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를 최소화하세요.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세요.
지위를 쫓지 마세요.
대부분의 것은 적당히 하는 게 좋습니다.
부모님께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이 어록이 샘 알트만의 말이라는 게 안 믿어진다. 인생 n번차가 갖는 삶의 지혜가 묻어 있어서다. AI 전문가의 어록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아마도 둘 중 하나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속마음을 베껴 쓴 듯 쓴 글을 만났거나 내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놀라운 발상을 보게 되어서일 것이다.
왜 그는 가족 친구 연인을 우선순위에서 절대 하위에 놓지 말라고 했을까?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 대부분의 일은 적당히 하는 게 좋다고 말했을까? 알트만도 소중한 뭔가를 버렸을 것이다. 그건 더 중요한 걸 지키고 싶어서다. 처음 버릴 땐 힘들었지만 버릴수록 새롭고 좋은 것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사는 게 피곤할수록 버리고 비워내어 내면에 바람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내면의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을 돌보는 일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버리면 안다. 걱정과 불안, 미움과 상처도 안고 살면 마음의 짐이 되고, 고통이 우리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고통을 붙잡고 있다는 걸.
삶이 복잡하다면 버려야 한다. 그러면 복잡했던 문제가 작아지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바뀌는데 이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인 경우가 많다. 삶의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그걸 복잡하게 만든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버리면, 알트만의 어록이 보여주듯, 진짜 지켜야 할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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