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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기독교적 레토릭이다. 미국 전쟁부 장관인 헤그세스가 펜타곤 예배에서 낭독한 “모든 총알이 명중하게 하소서”라는 기도문이 대표적이다. 백악관에 모인 목사들의 승리 축복 기도나 미 지휘관 브리핑에서의 요한계시록 종말론 구절 인용, 네타냐후의 아말렉 구절 인용 등 기독교적 관점에서 반대 세력을 ‘하나님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절멸하자는 선전 자료들이 보도되고 있다. (본문 중)
백종국(경상국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장엄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
2026년 2월 28일 오전 9시경 미국과 이스라엘은 선전 포고도 없이 이란 전역에 ‘장엄한 분노’라는 명칭의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와 초등학교 여학생 175명을 포함한 다수 이란인들이 살해되고 주요 군사 시설과 민간 거주지들이 파괴되었다. 이에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도시에 각종 미사일과 드론으로 반격하였다. 이후 7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었고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단순히 전쟁 당사국들만이 아니라 이 지역의 석유 자원을 사용하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강요받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권 교체가 전쟁의 주요 목적이라고 공언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2월 11일에 백악관을 방문하여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서 이란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못할 것이고 주변국에 흩어져있는 미국 시설을 공격하지도 못할 것이며 전쟁은 금방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소극적 반론이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결심하였다. 아직 평화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었으나, 미국은 마치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하듯이, 이란 지도부의 암살을 목표로 하는 전쟁을 시작하였다.

성전(Holy War)으로서의 ‘미국 이란 전쟁’
이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기독교적 레토릭이다. 미국 전쟁부 장관인 헤그세스가 펜타곤 예배에서 낭독한 “모든 총알이 명중하게 하소서”라는 기도문이 대표적이다. 백악관에 모인 목사들의 승리 축복 기도나 미 지휘관 브리핑에서의 요한계시록 종말론 구절 인용, 네타냐후의 아말렉 구절 인용 등 기독교적 관점에서 반대 세력을 ‘하나님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절멸하자는 선전 자료들이 보도되고 있다.
전쟁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어떤 갈등에서든지 비폭력/무저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평화주의(Pacifism), 둘째는 전쟁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성전론(Holy War), 셋째는 특정한 조건을 갖추어야만 전쟁이 정당하다는 정당 전쟁론(Just War)이다. 개신교 장로교의 신앙고백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정당 전쟁론을 지지하고 있는데 제23장을 보면 “정당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합법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대체로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는 전쟁이 이에 속한다. 이 세 가지를 놓고 볼 때 ‘미국 이란 전쟁’의 논리는 두 번째 성전론에 가깝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미국 이란 전쟁’을 주도하는 미국 지도부의 사고방식에서 기독교 민족주의 혹은 기독교 시오니즘을 발견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기독교 세대주의는 기독교 근본주의 및 극우 민족주의와 함께 예수의 재림, 휴거, 천년왕국, 예루살렘 성전 재건, 백인 우월주의, 이스라엘의 회복, 종말론적 아마겟돈 전쟁 등과 뒤섞여 미국식 기독교 민족주의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이 사상이 이스라엘 국가의 회복이라는 시온주의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기독교 시오니즘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적이고 종교적인 레토릭은 이 특정한 전쟁의 이유와 시기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는다. 지금부터 이러한 종교적 레토릭이 감추고 있는 진정한 전쟁의 원인 즉 정치경제적 이유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이란 전쟁’의 정치경제: 패권 붕괴의 히스테리
2026년의 이란 공격은 그 동기나 형태에서 그동안 미국이 애써 구축했던 국제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습이었다. 20세기 들어와 인류는 주권 국가 체제의 무정부성을 극복하지 못하여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파멸적 비극을 겪었다. 이 교훈을 바탕으로 전후 세계는 폭력이 아니라 협의에 의존하는(ballot, not bullets)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미국 이란 전쟁’은 그러한 노력을 비웃는 하나의 폭거가 되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조차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배경 중 하나이다. 전후 미국 패권의 성립과 쇠퇴를 보면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전후 미국의 패권은 양 차 세계 대전의 결과이다. 전쟁 초기에는 중립을 표방하여 막대한 전쟁 물자를 판매하다가 전쟁 당사국들이 기진맥진하였을 때 개입함으로써 승전국의 지위를 차지하는 전략을 반복하였다. 미국은 이 전략을 통해 1차 세계 대전에서는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2차 세계 대전에서는 세계 총생산의 40%와 금 보유량의 80%를 차지하는 패권국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달러를 기축 통화로 하는 브레턴우즈 체제 즉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 체제와 함께 국제연합(UN) 중심의 안보 체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군사 동맹 체제, 다국적 기업(MNCs) 기반의 분업 체제, 관세 협정(GATT)의 무역 체제를 차례로 치밀하게 수립하였다.
치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후 패권은 자기모순으로 인해 점차 하락하였다. 첫째,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부흥으로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였다. 현재 미국의 세계 총생산 점유율은 24% 수준이다. 둘째, 미국은 막대한 군사적 낭비를 저질렀다. 베트남전이 대표적인데 이 전쟁의 낭비를 감당하지 못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일을 포기하게 되었다. 셋째, 다국적 기업을 통한 국제 분업으로 미국 내의 제조업과 고용이 약화되었다. 미국의 세계 제조업 비중은 최근에 이르러 10% 내외로 낮아졌고 제조업의 국내 고용 비중도 9%대로 낮아졌다. 좋은 일자리의 상실로 경제 양극화도 심해졌다. 최근 미국의 지니 계수는 0.3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아직 상대적 패권 하락을 받아들일 의향이 없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매우 거칠고 자의적인 보호 무역 정책과 투자 유치 정책도 문제이지만, 달러의 독점적 기축 통화 지위를 유지하려는 안간힘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케인스와 트리핀이 지적했듯이, 일국의 통화인 달러를 국제 통화로 사용하게 되면 유동성과 안정성 사이에 본질적인 딜레마를 가지게 된다. 이 딜레마와 함께 진행된 국제 경쟁력 약화와 국가 채무 증가는 불가피하게 기축 통화의 다원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중동 분쟁의 배후에 있는 페트로 달러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석유의 달러 거래 독점과 미국 국채 매입을 통한 달러의 선순환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래 통화의 다원화에 대한 산유국의 욕구를 계속 억누를 수는 없다. 이럴 때마다 미국은 국제법을 무시하는 극단적 무력 조치를 감행하고 있다. 미국에 의해 국가 원수들이 납치당하거나 살해당한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석유 결재의 다원화에 앞장서던 국가들이었다.
‘미국 이란 전쟁’과 한국
‘미국 이란 전쟁’을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해 보면 미국이 이처럼 히스테릭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미국 패권의 하락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전쟁의 이유를 기독교 시오니즘적 레토릭으로 도배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세속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는 전쟁의 명분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세속 국가들이 정치적·군사적 동원을 위해 종교적 팬데믹을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모습은 흔히 목격되고 있다.
미국 패권의 상대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 남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유리하다. 미국은, 비록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지만, 전후 한국에 무려 150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지원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군사적 보호망을 제공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이 현재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비록 상대적 하락이 진행 중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초강대국이다. ‘미국 이란 전쟁’의 와중에 있지만, 우리는 중동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잘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외교 원칙에 비추어보아도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한국은 미국의 진실한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패권 연착륙을 도울 수 있다. 상실감과 히스테리에 몸부림치는 동맹국을 올바로 이해하고 따뜻한 격려와 지혜로운 보살핌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패권 갈등의 제삼자로서 최대한 현실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동맹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여 오해와 고립의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 한국 정치에 재빠르고 실용적인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한 이유이다.
한미 동맹에서 한국 기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기독교는 오랫동안 미국의 근본주의와 세대주의의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 기독교가 미국의 기독교 민족주의에 무비판적으로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극단적인 경우, 네타냐후의 아말렉 절멸 발언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시오니즘을 앞세운 인종 학살(holocaust)까지 정당화하는 잘못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온건한 기독교 민족주의를 표방한다 해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서 보듯이 현실적으로 양국의 국가 이익은 서로 다르다. 신앙적으로도, 하늘로부터 받은 한국의 소명이 미국의 소명과 같을 수 없다. 최대한으로 보편적이며 정통적인 신앙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하며, 이는 한미 간의 상호 불신과 오해를 해소해 주는 매우 효율적인 통로로 공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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