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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는 정상회담, 지속되는 중동 위기 속에서 국제사회는 이 정상회담이 국제적인 이벤트가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규모로는 의심할 수 없는 두 제국의 행보가 어찌 단기적인 자국의, 아니 자신만의 이익만을 좇는 소국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는가. 이런 두 제국 사이에서 이제 모든 국가에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각자도생만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문 중)
박민중(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
트럼프와 시진핑이 만났다. 미국과 중국이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지도자가, 국제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두 국가가 만났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9년 만이다. 2017년 트럼프 1기 이후 약 9년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공식 방문하지 않았다(바이든 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 기간 미국과 중국은 관세로 대표되는 무역 갈등, 기술 통제, 대만 문제 등이 표면화되며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사진 1〉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두 정상(출처: 「중앙일보」)
이번 정상회담 장소에 중국의 중난하이가 포함됐다. 중국 외교부는 5월 14일 공식 정상회담은 다른 정상회담들처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되었으나, 다음 날인 15일에는 별도의 소규모 비공개 회담이 중난하이에서 있었다고 발표했다. 중난하이는 회담장이라기보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핵심 공간이라는 성격이 짙다. 인민대회당이 국가 간 공식 외교 공간이라면, 중난하이는 중국 내부의 핵심 권력 공간이다.

〈사진 2〉 중난하이에서 회담을 가진 두 정상(출처: 「워싱턴포스트」)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시진핑이 트럼프를 중국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장소로 데려갔으며, 실제로 시진핑이 외국 정상이 중난하이를 방문하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은 “우리는 보통 이곳에서 외교 행사를 열지 않습니다”라며, “일부 외교 행사를 시작한 이후에도, 이곳에서 외교 행사를 여는 일은 여전히 극히 드뭅니다. 예를 들어, 푸틴이 이곳에 온 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국제사회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더욱 이목을 끈 것은 장기화되고 있는 중동전쟁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발발한 이번 중동전쟁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미·중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 지난 6일 이란 외무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미·중 정상회담을 약 1주일 앞두고 이뤄진 이란 외무장관의 방중은 중동전쟁의 중재자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트럼프는 대두를, 시진핑은 대만을 말했다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정치에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은 물론 이번 정상회담이 당초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연기된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은 국제적인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장기화되고 있는 중동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국가와 기업이 그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확인된 두 정상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정상회담은 국내 정치용에 가깝다.

〈사진 3〉정상회담 이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발언하는 트럼프(출처: 「매일신문」)
먼저 트럼프의 행보와 발언은 경제와 이란 문제 해결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얼마나 경제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는 경제사절단을 보면 잘 드러난다. 이번에 트럼프는 농업, 항공, 전기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를 아우르는 주요 기업 CEO들로 경제사절단을 구성했다.
트럼프의 주요 발언들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이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미국의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으며, 향후 추가로 750대를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미국 농업계에서 화두였던 대두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구매하기로 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농민들이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란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는 「폭스뉴스」에서 “(시진핑 주석은)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기를 원하며, ‘내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는 지난 5월 15일 성명에서 이란 문제와 관련해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한다며,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해상 운송로가 가능한 한 빨리 재개되어야 한다’라는 다소 모호하고 교과서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뉘앙스가 다르다.

〈사진 4〉 정상회담에서 모두 발언하는 시진핑(출처: 뉴스1)
반면 시진핑의 발언은 정치적이고 중국의 위상에 집중되어 있었다. 시진핑 발언의 핵심 키워드는 ‘대만’과 ‘투키디데스 함정’을 꼽을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를 향해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히며, ‘이 문제가 잘못 처리될 경우 양국은 충돌하거나 심지어 분쟁에 이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면서도 그 전제 조건은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불간섭임을 천명한 것이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략적 안정성을 갖춘 건설적인 중·미 관계를 구축한다는 새로운 비전에 합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할 수 있는가?” 정말 이렇게 질문했다면,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미국 외교협회(CFR)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를 향해 중국의 부상은 막을 수 없으며, 미국은 핵무기를 가진 양국이 과거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빠져들지 않으려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으로 분석했다.
얼핏 보면 트럼프는 국내 정치용 발언이고 시진핑의 발언은 국제 정치용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경제에 집중한 트럼프의 발언과 정치에 집중한 시진핑의 발언 모두 자국의 국내 정치를 겨냥한 선전(propaganda)의 성격이 물씬 풍긴다.
트럼프는 선거를, 시진핑은 4 연임을 챙겼다
먼저 트럼프는 올해 11월 3일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중간 선거에 하원 435석과 상원 35석이 걸려 있어, 이번 선거는 사실상 트럼프 2기 전반부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최근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경제 성과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낮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4월 중하순 기준 트럼프의 인플레이션 대응 지지율은 30퍼센트, 경제 전반 대응 지지율은 37퍼센트를 기록하며 공화당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사진 5〉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셈법이 복잡한 트럼프?(출처: 「KBS」)
여기에 더해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지지도가 낮아졌고, 유가 상승, 물가 부담, 경기 불안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이 중국을 상대로 미국 기업과 농민에게 이익을 가져왔고,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즉 트럼프 발언의 기저에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경제 불만, 이란 전쟁 부담을 완화하려는 국내 정치적 메시지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진 6〉 2022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사진(출처: 「연합뉴스」)
다음으로 시진핑은 내년 자신의 4연임을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제21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당헌에 따라 5년에 한 번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내부적인 권력 재편 과정을 거친다. 이전 20차 전국대표대회가 2022년에 있었기에, 향후 시진핑의 5년 임기를 결정하는 권력 재편 절차가 내년에 있는 것이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해서 당 총서기와 국가 주석 선출 과정에 절차가 전혀 없는 독재 체제는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10년 단위로 권력을 승계하는 내부 정치 규칙과 규범을 형성해 왔다. 그리고 단순한 1인 독재가 아닌 집단 지도 체제의 형식을 구축해 왔다. 그런데 2018년 시진핑은 중국 헌법에서 국가주석과 국가부주석의 2 연임 제한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 2022년 당 총서기 3 연임, 2023년 국가주석 3 연임에 성공했다.
덩샤오핑 이후 30년간 이어진 안정적인 중국 정치 체제를 시진핑이 바꾼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명분은 바로 중국의 부상, 그리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었다. 이 위대한 부흥을 위해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중국은 30년간 쌓아 온 내부 정치 규범이 아닌 강력한 리더십을 택했다. 그리고 시진핑은 내년에 있을 자신의 4 연임을 위해 미국과 가장 민감한 사안에서도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기로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미국을 향해 대만 문제와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한 것은, 중국 국내 정치적으로 이제 중국의 지도자가 미국의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을 보여 주려는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아래 시진핑의 발언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GA)’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는 정상회담, 지속되는 중동 위기 속에서 국제사회는 이 정상회담이 국제적인 이벤트가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규모로는 의심할 수 없는 두 제국의 행보가 어찌 단기적인 자국의, 아니 자신만의 이익만을 좇는 소국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는가. 이런 두 제국 사이에서 이제 모든 국가에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각자도생만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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