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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노동 시간에 비례한 기계적 보상이 아니라, 노동자와 그 가족이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존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이는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논리를 넘어 인간의 생존과 존엄성을 최우선에 두는 하나님 나라의 경제 모델이다. 공정 수당을 시작으로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의 가치가 동등하게 존중받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꿔 본다. (본문 중)
우상범1)
우리나라의 기간제 문제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노동 시장 유연화 정책과 기업의 비용 절감 전략이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기업들은 상시·지속적 업무임에도 기간제 인력을 채용하였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 저임금, 열악한 노동 조건, 차별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에 내몰렸다. 이를 해결하고자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2년을 초과하여 고용된 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려고 계약 만료 직전에 해고하거나,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고 1년 미만의 ‘쪼개기 계약’을 반복하였다. 결과적으로 기간제법은 고용 안정이 아닌 해고를 주기적으로 정당화하는 ‘2년 해고법’으로 전락하였고, 기업들이 직접 고용 규제를 피하고자 파견이나 용역 등 간접 고용을 확대하는 역효과까지 불러왔다.2)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기간제로 인한 왜곡된 노동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2026년 4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통해 ‘공정 수당’ 도입을 발표하였다. 공정 수당은 고용 불안정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비용으로 전환하며, 국가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제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공적 선언이다.

본 이미지는 AI(Chat GPT)로 생성되었습니다.
2025년 8월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기간제 노동자는 534만 명에 이르며,3) 이 중 공공 부문 기간제 노동자는 14만 6천 명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공공 부문 기간제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7만 3천 명이 1년 미만 단기 계약직이라는 사실은 공공 기관 내 고용 불안정성이 심각함을 드러낸다. 더욱 심각한 점은 공공 부문 기간제 노동자의 처우가 정규직이나 전체 기간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공 부문 역시 기간제 고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 준다.
공정 수당은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더 높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설계되었다. 2027년 시행 예정인 지급안을 보면, 공공 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생활 임금 평균을 기준 금액으로 하여 계약 기간에 따라 8.5-10퍼센트의 수당을 차등 지급한다. 1~2개월 초단기 계약자에게 가장 높은 10퍼센트의 보상률을 적용하고,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상률을 8.5퍼센트까지 낮추는 구조다. 이는 단기 계약에 따른 노동자의 불이익을 보전하고, 사용자에게는 단기 고용 시 더 큰 재정적 부담을 지게 하여 장기 계약이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결국 공정 수당은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남용하던 관행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다. 시장 기제를 활용해 단기 고용의 비용을 높임으로써 자연스럽게 고용 안정성을 제고하고 노동 현장의 구조적 왜곡을 바로잡는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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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기간 |
1~2개월 |
3~4개월 |
5~6개월 |
7~8개월 |
9~10개월 |
11~12개월 |
|---|---|---|---|---|---|---|
|
보상 지급률 |
10% |
9.5% |
9% |
8.5% |
8.5% |
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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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공정 수당 |
약 38만 원 |
약 85만 원 |
약 126만 원 |
약 162만 원 |
약 206만 원 |
약 249만 원 |
〈표 1〉 2027년 공정 수당 지급표(안). 출처: 정부 관계 부처 합동 보도 자료(2026)
공정 수당의 산정 기준을 최저 임금이 아닌 생활 임금으로 설정한 것은 노동자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를 반영한다. 최저 임금이 국가가 개입하여 노동자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빈곤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하한선이라면, 생활 임금은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하며 교육과 문화생활 등 인간다운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각 지자체는 최저 임금 대비 약 110-130퍼센트 높게 생활 임금을 결정하며, 지자체 소속·출자·위탁 기관 노동자에게 이를 적용한다. 실제로 2026년 법정 최저 임금은 1만 320원이지만,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생활 임금은 1만 2,233원으로 최저 임금의 118퍼센트 수준이다. 이처럼 생활 임금에 기반을 둔 공정 수당은 기간제 노동자가 처한 경제적 불이익을 실질적으로 상쇄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두텁게 구축하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단순한 임금 보전을 넘어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결합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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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임금(원) |
전국 생활 임금 평균(원) |
(생활 임금 평균/최저 임금)*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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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
9,860 |
11,539 |
117% |
|
2025년 |
10,030 |
11,850 |
118% |
|
2026년 |
10,320 |
12,233 |
118% |
〈표 2〉 2026년 최저 임금과 17개 광역시도의 생활 임금 평균 비교
공정 수당은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생소한 제도가 아니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고용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해 공정 수당과 비슷한 다양한 가산 임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1990년대부터 ‘계약 종료 보너스’(Prime de précarit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사용자가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 만료로 해고할 경우, 계약 기간 동안 지급한 총임금의 10퍼센트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스페인 역시 ‘기간제 계약 종료 보상금’ 명목으로 근속 기간 1년당 12일 치 임금을 근무 기간에 비례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가산 임금 체계를 운영하는 호주는 단기 및 임시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과 복지 혜택 부재를 보상하기 위해 통상 임금4)의 25퍼센트를 더 얹어 주는 ‘캐주얼 로딩’(casual loading)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수당 지급보다 더 중요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 원칙에 집중한다. EU의 “기간제 근로 지침”(Fixed-Term Work Directive)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가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차별은 엄격히 금지된다. 예컨대 독일과 네덜란드는 비정규직(파견직, 기간제 등) 노동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 상여금, 퇴직금은 물론 연금과 건강 보험 등 사회적 혜택을 동등하게 보장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수당 지급이나 차별 금지라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 가고 있다.
공정 수당이 노동 문제의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공정 수당이 비정규직 구조, 특히 기간제를 유지·정당화하는 ‘면죄부’나 불안정 노동의 비용을 금전으로 환산한 ‘가격표’가 되는 것이다. 과거 기간제법이 비정규직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2년 미만 반복 계약, 계약 해지 후 재고용 등 편법적 운용을 통해 불안정 고용을 제도화했던 것처럼, 공정 수당 역시 사용자가 일정한 추가 비용만 부담하면 기간제·비정규직 활용을 지속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는 신호로 작동할 경우, 고용 구조 개선보다 차별의 비용화·합법화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공정 수당 도입은 차별 없는 노동 시장 실현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며,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불공정한 고용 관행을 개선한 뒤 이를 민간 부문 540만 기간제 노동자까지 확대해 보편적 권리로 정착시켜야 한다. 동시에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 사용 기간 상한 연장(2년→3-4년)은 비정규직 장기화와 고용 불안 심화 가능성 측면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노동 정책은 단순한 수당 보완을 넘어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직무의 가치에 따라 동등한 처우를 보장하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과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기간제 노동자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예외적 필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간제 고용을 제한하고 상시·지속 업무는 원칙적으로 정규 고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고용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정 수당의 철학적 가치는 2천여 년 전 성경에 등장하는 포도원 주인의 비유(마태복음 20:1-16)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비유 속 포도원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일한 노동자와 일과가 끝나기 직전 한 시간만 일한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하루 품삯인 ‘한 데나리온’을 지급한다. 주인은 노동 시간에 비례한 기계적 보상이 아니라, 노동자와 그 가족이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존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이는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논리를 넘어 인간의 생존과 존엄성을 최우선에 두는 하나님 나라의 경제 모델이다. 공정 수당을 시작으로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의 가치가 동등하게 존중받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꿔 본다.
1)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2)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2년→3-4년)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고용 유연화 전략으로 시도되었으나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정책의 재현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공정 수당’을 통한 기간제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사용 기간 확대를 통해 기간제 구조를 고착화하고,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성을 장기화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3) 김유선(2025),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25.8) 결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KLSI 「이슈페이퍼」 220호(2025-16호).
4) 노동자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계약된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급, 일급, 주급, 월급을 의미하며,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및 미사용 연차 수당 등 법정 수당 계산의 기초가 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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