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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뿐 아니라 동료 과학자들의 반론과 비판 역시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그는 일부 초기 논문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오류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과 반증, 그리고 그에 따른 수정 과정은 과학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론과 오류를 계속 고쳐가는 과정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고유전학도 마찬가지다. 고유전학의 연구는 ‘인간은 누구인가’가 아니라 ‘인간은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은 평생 인류 진화 연구에 매진해 온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페보에게 수여되었다. 그는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인류의 진화 역사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초기 인류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해 ‘고유전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확립한 사람이다. 그에게 노벨상이 수여되었다는 것은 곧 고유전학이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 공식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기독교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간 진화 연구가 앞으로 생명과학의 최첨단 분야인 유전학과 결합해 더욱 발전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독일의 기초 과학 연구 기관 연합체로 독일 전역에 80여 개의 독립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를 38명이나 배출했다. 하지만 과거 나치 시대에 독일이 인류학과 인간유전학, 우생학을 악용해 인종주의 정책과 반인륜적 범죄에 깊이 관여할 때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협회 산하 연구소 역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인체 실험에 연루된 전력이 있었다. 이런 어두운 역사 때문에 전후 독일의 인류학은 오랫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독일은 1997년에 이르러서야 막스플랑크연구소 산하에 진화인류학 연구소를 동독 지역 라이프치히에 설립했다. 그리고 초대 연구소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적국이었던 스웨덴 출신의 페보를 임명하고 인류의 기원과 같은 전 인류적 문제를 연구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모인 400여 명의 연구원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의학과 생명과학을 공부하던 페보는 고대 생명체의 DNA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여행했던 이집트에 매혹되어 최초로 미라의 유전자 분석에 도전했다. 하지만 고대 생명체의 DNA는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작은 조각만 남아 있거나 대부분 세균 및 발굴·처리 과정에 관여한 현대인의 DNA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염되지 않은 유물을 찾는 것이 이 분야 연구의 핵심이었다. 이에 페보는 북극 동토의 매머드 등 고대 동물 화석 연구를 거쳐, 마침내 네안데르탈인 화석 연구에까지 이르게 된다. 마침 1990년대 이후 DNA 분석 기술과 인간 게놈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페보는 화석에서 소량이라도 완전한 DNA가 검출되면 오염된 것으로 판단했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 보면 호박(광물) 속에 갇힌 모기 화석에서 공룡의 피 DNA를 분석해 공룡을 복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실제 발표된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는데, 페보는 이 논문의 DNA 분석이 잘못되었다고 발표했다. 검출된 DNA가 세균과 화석 처리 과정에서 사람에 의해 오염된 것임을 밝혀낸 것이다. 페보는 DNA는 길어도 5만 년 이상 남아 있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그는 반복 실험을 통해 정확히 확인된 결과만 받아들였고, 반드시 제3의 연구실에서 사전 정보 없이 동일한 결과가 나왔을 때만 사실로 인정했다. 철저히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접근한 것이다. 페보는 이렇게 고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인문학의 영역이었던 인류학을 자연과학으로 끌어온 것이다.

 

 

페보의 진화인류학연구소는 독일에서 처음 발굴된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DNA를 분석했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마침내 DNA 분석에 성공했고, 2010년에는 네안데르탈인 게놈 지도의 초안까지 완성했다. 이 게놈 지도는 다른 지역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DNA 결과와 비교‧분석되었다. 현재까지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유적지는 250여 곳이고, 화석은 수백 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최종 완성된 네안데르탈인 게놈은 현대 인류와 99.7% 동일하고 0.3% 차이가 있었다. 참고로 현대인끼리는 99.9% 동일하다. 또한 페보는 오늘날 아프리카 밖 현대인의 유전자 가운데 약 1~2%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페보는 이어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의 DNA를 분석하여 그것이 기존의 인류와 다른 게놈을 가진 새로운 인간의 DNA임을 밝혀냈고, 이를 데니소바인이라 명명했다. 이들의 게놈과 현대 인류의 게놈을 비교한 결과 아시아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특히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원주민에게 데니소바인 유전자가 남아 있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고유전학에 의한 화석 DNA 분석 이후 네안데르탈인이 우리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종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DNA가 섞여 있다는 것은 교배를 통해 후손을 남길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다른 종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종’(species)의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북극곰과 회색곰은 교배가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서로 달라 다른 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을 독립된 종(Homo neanderthalensis)으로 보는 견해와 현생 인류의 아종(Homo sapiens neanderthalensis)으로 보는 견해가 함께 존재한다. 페보는 자신의 책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미국에서의 두 가지 전통적인 기독교의 반응을 간단히 소개한다. 하나는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와 같은 인간임이 증명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안데르탈인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는 것이다. 1) 인간과의 0.3% 유전자 차이를 전혀 상반되게 해석한 것이다. 참고로 인간과 침팬지와의 유전자의 유사성은 98~99%로 알려져 있다.

 

페보의 논문들은 주로 「네이처」, 「사이언스」, 「셀」처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에 실려 있다. 인용 횟수가 2만 회를 넘는 논문도 있다. 이는 전 세계 2만 명 이상의 학자들이 자기들의 논문에 인용했다는 뜻이다. 그런 와중에 기독교계뿐 아니라 동료 과학자들의 반론과 비판 역시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그는 일부 초기 논문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오류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과 반증, 그리고 그에 따른 수정 과정은 과학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론과 오류를 계속 고쳐가는 과정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고유전학도 마찬가지다.

 

고유전학의 연구는 ‘인간은 누구인가’가 아니라 ‘인간은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고유전학은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와의 유전자 차이를 보여준다. 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뇌 발달과 인지 기능, 면역 체계 반응, 신체 대사 및 지방 분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차이라 한다. 이에 따라 현재는 인간 몸속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많고 적음에 따라 특정 바이러스에 더 쉽게 감염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연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나 기후 변화로 조만간 시베리아의 고대 바이러스와 세균들이 살아날 경우를 대비하는 중요한 연구다. 고유전학 연구는 선사 시대 인류의 DNA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현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증거들도 제시하고 있다. 고유전학이 어떤 과학적 결과들을 내놓는지 계속해서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1) 스반테 페보,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김명주 역, 부키, 2015),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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