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정대표가 만난 사람

– 박제우 집사 (하늘빛광성교회, 기윤실 이사)

 

인터뷰정리_ 정병오 공동대표

2017년 12월 10일 주일, 명성교회 주일 3부 예배 축도가 끝나고 교인들이 퇴장하기 시작할 때, 한 성도가 일어나 “김삼환 목사님! 진정 이 시대에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아야 하겠습니까? 교회 안팎에서 울리는 나단과 엘리야의 경고에 귀 기울이십시오.”라고 소리를 쳤다. 그는 이후 교인들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경찰에 현행범으로 넘겨졌다. 오늘은 이 사건의 주인공인 박제우 집사(하늘빛 광성교회, 기윤실 이사)를 만났다.

 

정병오 : 먼저 이 사건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제우 : 예. 이 일 직후 강동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넘겨져 지난 해 12월 27일 동부지방법원에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를 하였고, 올해 2월 14일에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같은 금액인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이 일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 20일과 4월 17일에 1, 2차 공판이 진행되었고, 6월 5일에 3차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병오 : 그 때 이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박제우 :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은 그 자체로도 교단의 세습금지법을 위반한 불법이고, 또 노회의 결정과정도 명백한 불법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윤실을 비롯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장로회신학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 교회개혁 평신도 행동연대 등 많은 단체들과 그리스도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대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명성교회 안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도 뜻을 같이하는 평신도 행동 회원들과 함께 매 주일 교회당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만, 저희의 시위를 그곳을 통과하는 일부 교인들만 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명성교회 교인들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김삼환, 김하나 목사에게 불법 세습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외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2월 첫 주에 명성교회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남노회 소속 교회에게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기사가 난 것을 보았습니다. 이는 노회 교회들을 돈으로 매수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지요. 그래서 도무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합법적이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명성교회 교인들과 두 당사자 목사를 향해 소리를 외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정병오: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대해서 건전한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잘못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대부분의 성도들이 자신이 속한 교회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할 길이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사님은 이런 생각의 틀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었나요?

박제우 : 저도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내가 속한 교회가 부흥하고 잘 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교회를 섬겨왔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개교회 중심주의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왔어요. 사실 담임목사직 세습에 대해서도 많은 교인들이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세습을 해야 교회가 안정적으로 조직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2017년 들어서면서 그 동안 22년 동안 섬겼던 교회의 중등부 교사를 사임하고 다른 교회를 탐방해보기로 했어요. 이렇게 모범적이라고 하는 교회들을 탐방해가면서 교회란 하나의 공교회라는 생각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터진 거예요. 더군다나 명성교회는 제가 속한 교회와 같은 예장 통합 교단이었어요. 그래서 2017년 하반기부터는 자연스럽게 명성교회 세습 반대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정병오 : 기윤실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박제우 : 제가 기윤실을 처음 알고 참여한 것은 1994년이었어요. 그 때가 대학 4학년일 때였는데, 서점에서 우연히 기윤실이 발행한 “행하는 자라야”(IVP)라는 책을 접하면서 제 발로 대전기윤실을 찾아갔지요. 이후 기윤실이 주장하고 실천하는 내용들이 너무 좋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죠. 물론 제가 엔지니어로서 직장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기윤실의 방향을 제시하고 앞에서 이끌어 가시는 분들의 수고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제가 선 자리에서 회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기윤실 회원들의 성향이 얌전한데 비해 저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어서 행동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의 실무 활동가(간사)님들과 교제하고 격려하는 일도 잘 하고요. 그러다 보니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사’ 역할도 감당하고 있습니다.

 

정병오 : 교회 교인으로서, 기윤실 회원으로서의 역할 외에도 폭넓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제우 : 저는 기윤실 회원이라는 것을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고 있고 어디가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이 외에 제가 최근 관심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는 곳은 4군데 정도 됩니다. 하나는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인데, 교회의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그 현장에 가서 시위를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두번째로 ‘기독직장인 모임’은 기독인으로서 직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어떻게 성경적으로 풀어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임으로 IVF 직장인 학사들이 중심이 된 모임입니다. 그리고 ‘러빙핸즈’인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3까지 한부모 가정의 자녀의 멘토가 되어 그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최소한 월 2회이상 만나서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멘토링하는 일을 합니다. 끝으로 ‘가나안 교회’인데, 최근 부쩍 늘어난 가나안 성도들이 편하게 와서 예배를 드리도록 도와주고 나아가 여기서 상처를 회복해서 다시 교회로 돌아가도록 돕는 교회입니다.

 

정병오 : 다 귀한 모임이지만 기윤실과 관련해서 ‘기독 직장인 모임’에 관심이 가네요. 이사님은 그 동안 직장인으로 생활해오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붙들고 있는 원리는 무엇입니까?

박제우 : 저는 그 동안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내가 모시고 있는 직장 상사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그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것”을 중요하게 붙들고 일 해왔습니다. 즉, 상사가 보기에 ‘저 사람은 정말 예수를 믿는 사람이다’는 인정을 받는 것이지요. 그래서 상사와의 인격적 관계와 신뢰 가운데서 내가 생각하는 정직과 올바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설득해나가도록 노력을 해왔습니다.

청년 시절 합정동에 있는 마리스타 수도원에 가끔 놀러갔었는데, 한 번은 그곳 수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카톨릭은 특정 지역에 교회당을 지어놓고 사람들을 향해 오라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개신교는 교회당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 찾아가요. 저는 개신교가 더 맞다고 봐요.” 그런데 그 말을 듣는 내 마음 속에는 ‘수사님, 그런데 개신교도 요즘은 복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유연성과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건물과 제도 속에 사람들을 가두려고 하고 있어요.’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박제우 이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끊임없이 복음을 필요로 하는 곳에 복음을 가지고 찾아가는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삶과 행동을 응원하고 싶다.

*이글은 열매소식지 제264호에 실린 글입니다.

열매소식지 제264호 기사 목록

01 기윤실 '좋은 나무'
02 바른가치세미나 - 미투와 기독교
03 평화, 슬기로운 청년들에게 묻는다.
04 교회와 함께하는 자발적불편운동 5~6월 캠페인
05 6.13 지방선거 공명선거 운동
06 한국교회 가짜뉴스 세미나
07 청년부채 ZERO 캠페인
08 종횡무진, 정대표가 만난 사람 현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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