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새로운 대안과 적응을 요구하듯, 코로나는 다른 분야처럼 상담 분야에도 새로운 방식들을 도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영역들을 보게 만들고 막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을 앞당겨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만들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위로를 받고 치유받으며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온라인 상담실이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준비되고 방법론이 발달하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담실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

곽은진1)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코로나의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삶의 명언으로 남는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기는 했지만, 위기에 대처하며 확장된 의식과 삶의 태도 변화, 발 빠른 적응 등의 새로운 삶의 모습들을 일상으로 맞아들이게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의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적응을 요구했다. 상담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대면 상담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일상의 문제나 갈등, 정서적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단절의 상황에서 더 조절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담 현장은 그야말로 내담자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서부터 당혹스럽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상담자들에게는 전화 상담이라는 도구가 있었지만 주로 대면 상담 환경에 익숙했던 터라 모든 대면 만남이 차단된 상황에서 내담자를 만나지 못하게 되니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교육에서는 줌 강의라는 비대면 방식이 급속히 도입되었지만 정서적 교류를 중요시하는 상담의 특수성 때문에 이 방식 도입에 대해 주저하고 적절한지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근본적으로는 신뢰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정서적이고 미세한 비언어적 행동들을 과연 읽을 수는 있을까’,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렀고 비대면 온라인 방식은 상담자들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잘 기능했다. 지금은 기대보다 높은 효과를 거두는 새로운 방법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히려 비대면을 선호하고 시스템을 효율화한 상담실이 생길 만큼, 과거에 미처 보지 못했던 영역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가 점차 안정되면 대면으로 내담자를 만나게 되겠지만, 또 한편으로 비대면은 이제 상담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고 대면 상담과 함께 공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코로나 상황에서 상담을 진행해 보면서 비대면 온라인 상담의 유익과 편리함 그리고 효과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비대면 상담의 방법들은 더 발달할 것이고, 어느 부분은 더 확장되어 사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뒷받침할 몇 가지 의견을 나누어 본다.

 

 

우선, 온라인 비대면 상담은 시간을 절약하게 한다. 사실 대면 상담의 경우 오가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소 3시간이 소요된다. 효과 면에서 별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사용되는 시간이 한 시간으로 줄어든다면, 상담은 더 편리하고 부담이 줄어들어 효율성을 가지게 된다.

 

둘째, 우울이나 불안으로 외출을 할 수 없는 내담자들을 도울 수 있다. 나는 과거 우울로 인해 외출을 할 수 없는 내담자를 상담실까지 오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적이 있다. 상담실까지 오는 것 자체가 이 사람이 치료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분은 결국 상담료를 내고도 오지 않았고 상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당시에 비대면 온라인 도구들을 알았다면 상담실까지 오지 않고도 기꺼이 얼굴을 보면서 상담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상담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노년 우울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매번 상담실을 찾아올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침대에 누워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나 다리가 불편하여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에게 온라인 상담은 유용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쉽고 편안하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넷째, 비대면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예측보다 빠르다. 평면적 비대면 방식을 넘어 메타버스, VR 시스템의 발달 등으로 실제 상담실에서 상담을 하는 듯한 경험이 가능해질 것이다. 상담은 전문가와의 물리적 대면 없이도 코칭이나 안내가 가능해질 것이며 더욱이 거리나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상과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다섯째, 첨단 보조 도구의 발달은 실제 심리 치료 기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의 아날로그적 방법들이 첨단화되면서 디지털에 맞게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내담자는 과거의 트라우마나 정서적 어려움을 다루는 데 보다 실제적이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비대면 온라인 상담에서 과연 정서적 교류가 충분히 이루어질 것인가’라는 우려는 실제 현장에서는 많이 해소되었다. 대면 상담 효과의 100%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90%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어떻게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위기가 새로운 대안과 적응을 요구하듯, 코로나는 다른 분야처럼 상담 분야에도 새로운 방식들을 도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영역들을 보게 만들고 막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을 앞당겨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만들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위로를 받고 치유받으며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온라인 상담실이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준비되고 방법론이 발달하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담실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완전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삶에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3년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면서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며 적극적으로 삶을 계속 살아가라는 것이다.


1)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상담학 교수, 기윤실청년상담센터WITH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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