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생성형 AI는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을 하면, 글부터 시작해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많은 결과물들을 산출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와 능력에 따라 정교한 가짜 뉴스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본문 중)

이수인(아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미디어학과)

 

 

어느 날 교회 단톡방에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고 상상해 보자!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많은 기독교인들은 정말 긴급한 기도 제목이니 빨리 이 소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본인도 이 일을 위해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해야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메시지는 수년 전에 돌았던 유언비어이고, 이미 언론에서도 특집 기사로 다루며 가짜 뉴스임을 분명히 밝혔다.1) 그런데 이런 해프닝은 수많은 교회 단톡방에서 오늘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요즘 어디에서나 가짜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도 가짜 뉴스를 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기독교인들은 세상 사람들보다 가짜 뉴스에 더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독교인들에게는 세상 사람들과 약간 다른 문화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큰 어려움이 있을 경우 혼자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 기도 부탁을 하고 함께 기도하는 문화가 있다. 즉, 평소에도 이렇게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기도 제목을 보내왔을 때 그것을 무시하기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둘째, 기독교인들은 기본적으로 신앙인, 즉 믿음이 있는 사람들, 잘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뭔가 잘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람들과는 기본적인 성향 자체가 약간 다르다. 물론 회의적이고 잘 믿지 못하던 사람이 성령님의 역사하심 가운데 믿음을 가지게 되기도 하지만, 믿음을 가지게 된 이후에 그러한 성향이 바뀌게 되기도 한다.

 

셋째, 주변에 같은 신앙인들, 믿을 만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믿어주기 쉽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맨날 사기꾼만 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믿을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거짓말하고 사기 치는 사람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받아들일 것이다. 반면에 주변에 믿을 만한 좋은 사람들이 많은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어떨까?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받아들일 확률이 높은데, 기독교인이 상대적으로 이런 상황에 놓이기 쉽다.

 

 

넷째, 기독교인들에게는 뭔가 목적의식이 있다. 즉 모든 민족을 제자 삼는다는 마태복음 28:19-20의 ‘대위임 명령’이나 ‘하나님 나라의 완성’과도 같은 큰 목적과 대의를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마음 깊숙이 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에 무관심할 수가 없고, 목적의식이 없는 사람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려고 한다. 그 결과 새로운 소식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떤 소식을 접하게 되면 더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취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 내에서 전통적으로 ‘아멘’과 순종을 강조해 온 문화가 있었는데, 이렇게 아멘과 순종을 강조하는 것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발전하여 반지성주의(反知性主義, Anti-intellectualism)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반지성주의의 부작용 중에 하나가 사람들을 가짜 뉴스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짜 뉴스에 대처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인데, 반지성주의에서는 이런 자세야말로 가장 피해야 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2)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세상 사람들보다 더 가짜 뉴스에 빠지기도 쉽고,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데에도 열심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한국교회가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지적되기도 했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교회의 대비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작년 말 이후 등장한 Open AI의 챗GPT나 구글의 Bard를 비롯한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사회의 전 영역에 충격을 주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염려되는 영역이 바로 언론과 미디어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을 하면, 글부터 시작해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많은 결과물들을 산출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와 능력에 따라 정교한 가짜 뉴스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안 그래도 가짜 뉴스 때문에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실제로 2023년 3월 전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진들이 소셜 미디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그는 ‘성 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는데, 문제가 된 사진 속에는 트럼프가 체포되지 않기 위해 강하게 저항하거나,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은 영국의 온라인 매체 벨링켓의 창립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엘리엇 히긴이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통해 만들어 낸 가짜 사진들이었다.3)

 

이와 같이 앞으로의 미디어 생태계는 가짜 뉴스가 더욱 많아지고, 그것을 분별해 내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그러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교회의 대비는 여전히 그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국교회의 미디어 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그 내용에 있어서는 미디어 중독이나 폭력/음란성에 대한 주의와 같은 보호주의적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비중 역시 미미한 상황이다. 이 시대를 살아갈 기독 시민이자 미디어 수용자로서 다양한 뉴스와 정보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분별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너무나 절실한데, 많은 교회의 지도자들과 성도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일 뿐이다. 특히 필자는 지난 2020년부터 학부 학생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을 신학교 최초로 개설해서 가르쳐 왔고, 올해는 관련 책도 저술했는데, 매번 수업을 하거나 책과 관련된 특강으로 교회의 성도들을 만날 때마다, 많은 분들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모습에 놀랄 때가 많았다.

 

이제는 한국교회의 역량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노력들에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회의 리더들은 물론 모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깊이 있게 사고하며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바른 신앙의 태도로 이 시대의 미디어 메시지들을 바르게 분별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 땅 가운데 이루어 나가는 건강한 신앙인으로 설 수 있도록, 모든 교단과 교육 기관들이 힘을 모아 필요한 교육과 훈련 과정들을 준비해 나가야 할 때이다. 바라기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성경의 바른 관점, 그리고 비판적 사고 능력에 기초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두 날개가 되어 인포데믹4) 시대의 혼란의 바다를 무사히 건너가게 하시길 간절히 소원한다.

 


1) 김나래, “SNS ‘긴급 기도 요청’ 메시지, 알고 보니 괴담?”, 「국민일보」, 2016. 2. 2.

2) 이수인, 『인포데믹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서울: 꿈미출판사, 2023), 136-139.

3) 고석용, “도망가는 트럼프, 경찰에 체포?…美서 난리 난 ‘이 사진’ 정체는”, 「머니투데이」, 2023. 03. 22.

4)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로 정보 전염병이라고도 부르며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악성 루머 등 잘못된 정보들이 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전염병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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