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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진짜 가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낳아준 정과 키워준 정 사이에서 양자택일하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두 가족의 난제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던 관객들도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자연스레 이들의 마음과 같아진다. 결국 누가 진짜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본문 중)

 

최주리(청년활동가)

 

아들 케이타의 소학교(초등학교) 입학 인터뷰1)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던 부부 료타와 미도리는 케이타를 낳았던 병원에서 걸려 온 급한 전화를 받게 되고 병원 측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가 바뀌었습니다.”

 

6년간 키워온 케이타는 그들의 친자가 아니었고, 그들의 친자는 병원의 실수로 다른 부부의 아이와 바뀌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였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121분

 

이윽고 부부는 아이가 바뀐 상대 부모인 유다이와 유카리를 병원에서 만나게 된다. 두 부부는 지금껏 키워온 자신들의 친자이자 상대 부부가 키워온 아이인 류세이와 케이타의 사진을 서로 보여 주고 그들의 진짜 자식의 얼굴을 그제야 보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까지 반년 남짓 남은 상황 속에서 시간을 끌수록 아이들도, 부모들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기에, 더 늦기 전에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중에 가족들끼리 만나 보기로 한다. 이렇게 두 가족의 낯설고도 이상한 첫 만남이 마무리된다.

 

가족: 식구, 한솥밥, 혈연, 그리고…

 

가족의 정의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족 구성은 대가족(조부모와 부부, 자녀 등 3개 이상의 세대로 이루어진 가족)과 핵가족(부부와 미혼 자녀) 위주의 구성을 넘어 점점 분절되고 있다. 2022년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34.5%로 가장 많은 가구 구성이 되었고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2) 혼인이나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가족 구성들이 많아지고 있고 생애 주기에 따라 다양한 구성으로 변화되는 가족 구성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을 뜻하는 또 다른 정감 있는 표현인 ‘식구’(食口)라는 단어를 통해, 한솥밥을 먹고 함께 생활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족을 구성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껏 친자인 줄 알았던 아이가 친자가 아니었다면 다시 원래 친자를 돌려받아 한솥밥을 먹게 되면 다시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간 함께했던 시간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핏줄이 이길 수 있는 걸까?

 

두 가족의 모습

 

이윽고 성탄절을 앞두고 두 가족이 만난다. 료타와 미도리, 외동인 케이타 가족과 유다이와 유카리, 장남인 류세이와 동생 미유, 야마토가 실내 놀이터에서 첫 만남을 가진다. 네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금방 어울려 놀기 시작하고, 앞으로의 거취를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두 가족들은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스틸컷. 유다이(왼쪽)와 료타(오른쪽)

 

그러나 두 가정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낙후된 지방인 군마현의 낡은 건물에서 전파상을 하는 유다이와 유카리네는 세 아이의 집답게 잡동사니가 가득하고 곳곳에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다. 성공한 건축가인 료타와 미도리의 집은 도쿄 중심가의 넓고 깨끗한, 마치 호텔 같은 맨션이다. 또한 유다이는 속물적이고 눈치도 없으며 경제력도 별로지만 아이들과 온몸으로 놀아주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아버지이다. 점잖고 매너 있으며 능력 있지만 가정보다 일이 우선인 료타는 아이에게도 엄격하고 냉정한 아버지이다. 료타는 자신보다 가난하고 철없어 보이는 유다이에게 두 아이를 자신들이 키우면 안 되냐는 거만한 질문을 하지만, 유다이는 그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으로 분노와 대답을 대신한다.

 

한편 두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고, 재혼 후 육아 고민이 많았던 당시 간호사가 료타의 가족이 부유하고 행복해 보여서 우발적으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러나 이미 시효가 지나 간호사를 처벌할 수 없게 되었고 허망한 마음으로 재판 결과를 받게 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스틸컷.

 

낳아준 정과 키워준 정, 둘 중 어느 것이 큰 것인지를 그 누가 결론지을 수 있을까. 아무리 병원과 간호사가 사죄를 하고 보상을 한들 지난 시간은 돌려받을 수 없다. 친자식과 길러온 자식을 이제 와서 바꾸기에는 6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정과 기억들을 무시할 수 없고, ‘남의 아이’를 계속 키우는 것이 맞는지를 확신할 수도 없다. 료타는 오랜 고민 끝에 아이는 원래 혈연의 가족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을 닮아 뛰어난 아이는 자신이 일군 훌륭한 가정에서 커야 한다는 생각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료타와 미도리는 케이타의 짐을 정리해서 유다이와 유카리의 집으로 보내고, 류세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류세이와 케이타는 아줌마, 아저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라는 말에 어리둥절할 뿐이고 이내 키워준 부모님을 그리워한다.

 

엄마, 아빠도 아니고 아줌마, 아저씨도 아닌 애매한 상황 속에서 고심하던 중 료타는 카메라를 뒤적이다 케이타가 자신의 뒷모습과 잠든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발견하게 된다. 케이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혈연과는 상관없이 늘 자신을 사랑하고 바라고 있던 아이의 마음을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고, 다시 케이타를 찾아간다. 이제야 료타는 케이타에게 무엇을 사과해야 하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짜 가족의 모습

 

영화는 진짜 가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낳아준 정과 키워준 정 사이에서 양자택일하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3) 두 가족의 난제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던 관객들도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자연스레 이들의 마음과 같아진다. 결국 누가 진짜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막 태어나 눈조차 뜨지 못하던 때부터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아이의 작고 반짝이는 순간들을 지켜보고 같이 겪어 왔으며 그 아이의 시선이 닿는 곳을 함께 바라봤던 그 아이는, 혈연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우리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그 아이가 친자인지나 얼마나 자신을 닮았는지도 방해가 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스틸컷.

 

어느 지인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세상에는 애정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기에, 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수고와 에너지를 이미 세상에 태어나 있는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은 단순히 혈연으로 이어졌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시간과 돌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 부부가 돌보고 사랑해 줄 아이들과 혈연이나 입양 등, 법적인 가족의 틀 안에 있지 않아도 그들이 만들어 갈 가족 또한 진짜 가족일 것이다. 법과 사회복지망이 미처 품지 못하는 곳에도 여전히 사랑과 돌봄을 주고받는 이들이 있고 함께 먹고 마시는 시간들이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그 피는 혈연의 피뿐만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들고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피도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1) 일본의 명문 사립 및 국립소학교에서는 입학시험인 오쥬켄(お受験)을 통해 학생을 받는다. 필기시험, 행동 관찰,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며, 부모 또한 학교별로 갖추어야 할 복장을 입고 면접에 참여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전문 학원이 있을 정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2) 통계청, 「인구총조사」, 2022, 2024. 02. 21.

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를 선보인 5년 후 영화 <어느 가족>(2018)으로 이 질문을 좀 더 확장한다. 아이에게 혈연의 식구들보다 혈연이 아닌 식구들과 더 행복하다면, 어떤 가족이 진짜 가족이고 아이를 돌려보내야 할 가족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고 싶다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어느 가족>까지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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