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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미군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 온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밤새 얼어 죽은 아이들의 시신이 쓰레기처럼 취급받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1952년 설립한 ‘에버렛 스완슨 전도 협회’가 있습니다. 지금은 컴패션이라는 이름의 국제 아동 구호 단체가 되어 있습니다. 70년 전 한국의 전쟁고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지금은 세계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었습니다. (본문 중)

 

손승호(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 사무국장)

 

해방과 전쟁

 

1945년 한국은 해방이 됩니다. 그리고 분단됩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분단이 아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이 만들어 낸 냉전의 질서가 오랫동안 친구와 이웃으로 지내오던 사람들을 가르고 찢어놓았습니다. 끝까지 통일된 국가를 주장하던 김구와 여운형 같은 민족 지도자들은 암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적 미래를 원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죽였습니다. 대규모의 학살이 대구에서, 제주에서, 여수와 순천에서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1950년,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전의 학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앙이 덮쳤습니다. 얼마나 끔찍했는지 맥아더는 미국 의회에서 이런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전쟁 속에서 보낸 저와 같은 군인에게조차 이러한 비참함은 처음이어서, 무수한 시체를 보았을 때 구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맥아더는 수많은 무공을 세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태평양 방면 연합군 총사령관이었습니다. 그래서 6.25 전쟁에서도 유엔군 총사령관을 맡았습니다. 이런 역전의 노장도 구역질을 하게 만들 정도의 끔찍함. 저는 상상이 안 가지만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해방 이후의 이 죽고 죽이는 과정에서 기독교는 대체로 우익에 속했습니다. 그리고 우익의 핵심 세력이 되어 좌익과 격렬한 투쟁을 벌였습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좌익 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좌익 사람들이 기독교인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좌익에 의해 희생당한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만 전하며 그분들을 순교자로 기리고 있지만, 정부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음은 김동춘 상임위원의 말입니다.

 

내가 위원회 조사를 지휘하면서 확실히 얻을 수 있었던 결론은 한국전쟁기 국군, 경찰, 우익 세력에 의한 학살 규모가 인민군 혹은 지방 좌익에 의한 학살 규모보다 훨씬 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터부가 된 논리, 즉 전쟁기 ‘빨갱이의 잔혹성’은 어느 한쪽의 사실과 기억만 과장한 것이다. 대한민국 군경은 매우 잔혹했고 실제로 인민군보다 죄 없는 민간인을 더 많이 죽였다. 우리 국가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옥 속의 교회

 

기독교가 현실을 지옥으로 만드는 일에 일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지옥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의지할 수 있었던 곳도 교회였습니다. 1952년 3월 통계를 기준으로 남한의 인구 약 2,100만 명 중에 구호 대상자는 1,040만 6천 명이었습니다. 50% 정도의 사람이 전쟁 피난민이거나, 이재민이거나, 아니면 전쟁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통받는 빈민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시 한국 정부나 민간단체들은 이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세계 교회는 한국을 재건하는 일에 앞장서 주었습니다.

 

한국 교회에 구호 금품을 보내 주거나 직접 내한하여 구호 활동을 펼친 기독교 기관들이 40여 개에 달합니다. 이 수치는 당시 민간 구호 단체의 대다수가 기독교 단체였다는 의미입니다. 전쟁 이후에 가장 활발하게 구호 활동을 펼친 단체는 미국 가톨릭구제위원회와 미국 기독교교회협의회의 기독교세계봉사회였습니다. 봉사회는 세계교회협의회의 구호 활동도 대행했는데, 구호와 보건, 그리고 사회 재건의 영역에서 피난민, 여성과 아동, 부상자 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굉장히 큰 규모의 지원이 교회를 매개로 한국에 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교회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위한 사업에 나서게 되었고, 선교사와 한국 교회 지도자의 주도로 여러 기관이 설립되었습니다.

 

“어른들의 전쟁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아동’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아동 구호 단체의 슬로건입니다. 전쟁의 피해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나눠지지 않습니다. 약한 존재일수록 더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재난 상황은 언제나 약자들에게 더 가혹합니다. 따라서 6.25 전쟁기에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교회의 움직임은 꽤 활발했습니다. 1950년대 초중반에 설립된 기독교 아동 구호 단체 중에는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그중 다음 세 단체가 유명합니다. 하나는 1950년 9월 밥 피어스 목사와 한경직 목사의 주도로 설립된 ‘한국 선명회’입니다. 지금은 월드비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합니다.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세계 최대 국제 구호 개발 NGO’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이 한국선명회의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한국의 현실을 듣고 내한한 해리 홀트가 1956년 설립한 ‘홀트씨 해외 양자회’가 있습니다. 지금의 홀트아동복지회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참전 미군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 온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밤새 얼어 죽은 아이들의 시신이 쓰레기처럼 취급받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1952년 설립한 ‘에버렛 스완슨 전도 협회’가 있습니다. 지금은 컴패션이라는 이름의 국제 아동 구호 단체가 되어 있습니다. 70년 전 한국의 전쟁고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지금은 세계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었습니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컴패션 꽃신

 

사진에 보이는 것은 에버렛 스완슨 전도 협회, 즉 컴패션의 기념품입니다. 꽃신의 모형을 금속 재질로 만든 것입니다. 한국 고아들을 후원하는 미국 등지의 후원자들에게 전달되었던 선물입니다. 한국컴패션과 우리 문화관은 2024년 6월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컴패션이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을 우리 문화관이 안전하게 보관하고 많은 분들이 향유하실 수 있도록 활용하자는 취지의 협약이었습니다. 그 협약에 따라 컴패션의 유산들이 우리 기관에 기탁되었는데, 이 꽃신은 그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이 컴패션의 기념품이 꽃신 모양을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후원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거든요. 지금 한국이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지만 원래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후원자들이 한국을 그런 나라로 기억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한국적 아름다움은 유려하고 우아한 곡선에서 나온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이 꽃신 조형물도 그 우아한 곡선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이라 그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 한국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았던 한 서양인이 그 아름다움을 눈여겨보고, 신선하고 가치 있게 여겼다는 것에 묘하게 마음이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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