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각 주제를 다루는 설교문이다. 처음에는 각 주제에 대한 설명 부분만 읽고 설교문은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아뿔싸!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설교문이야말로 진짜 알맹이다. 기독교 세계관의 주제들이 성서 주해와 만나고, 다시 한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설교문 부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진다.(본문 중)

그럼, 교수님은 어떻게 설교하시나요?

『세계관적 설교』서평

전성민 / 성서유니온 / 372면 / 17,000원 / 2018.7.25.

 

 

신학교 교수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는 목사의 설교에 대한 비판이다. 성경 주해가 잘못되었다거나 이런저런 신학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에서 불쑥 건방진 불평이 터져 나온다. “그럼, 교수님은 어떻게 설교하시나요? 교수님의 설교문 좀 보여 주세요. 제발 좋은 설교 샘플이나 내놓고 그런 말씀 하세요.”

설교는 성경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 신학과 삶을 연결하여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신학의 꽃이며 목회의 근간이다. 건조한 교리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본문과 상관없는 개인의 간증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성경 본문에 대한 주해를 철저하게 한다고, 혹은 건전한 신학 체계를 지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설교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설교에는 성경과 신학에 대한 깊은 이해만큼이나 우리들이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성찰과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도 필요하다.

전성민 교수의 『세계관적 설교』는 좋은 설교의 모범을 제시하는 소중한 자료다. 처음에 필자는 이 책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설서인 줄로 알았다. 기독교 세계관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지를 다루는 이론서일까? 아니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전반부에 제시하고, 후반부에 이것을 어떻게 설교에 적용할지를 다루는 책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예상과 달리 구성이 독특했을 뿐 아니라 내용도 신선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창조의 복음’, 2부는 ‘일상의 복음’, 3부는 ‘공공의 복음’을 각각 다룬다. 창조, 일상, 공공성은 저자가 기독교 세계관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하는 큰 주제들이다. 이 주제 아래 각각 7~8개의 세부 주제를 다루고, 각 장마다 해당 주제에 대한 설교문이 제시되어 있다.

1부의 내용은 그동안 소개된 기독교 세계관의 주제들을 골고루 다루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선하고 새롭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1장에서 저자는 호세아 6:1-6 말씀을 통해 “기독교 세계관의 핵심 중 하나는 하나님의 마음과 내 마음이 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곧 인간의 도리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긍휼과 연민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는 것이다. 창조신학의 보수성과 구속의 사사(私事)화를 날카롭게 비판하는가 하면, 타락을 다룬 3장에서는 개인적인 죄와 사회적인 죄 그리고 구조적인 모순과 제도적인 죄를 골고루 언급한다. 기독교 세계관이 말하는 구속을 배제와 혐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그동안 종종 승리주의적 관점으로 이해된 하나님 나라를 힘없고 연약한 자들의 나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책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각 주제를 다루는 설교문이다. 처음에는 각 주제에 대한 설명 부분만 읽고 설교문은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아뿔싸!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설교문이야말로 진짜 알맹이다. 기독교 세계관의 주제들이 성서 주해와 만나고, 다시 한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설교문 부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 아모스 2:6-8의 설교에서 “젊은 여인”에게 행한 이스라엘의 범죄는 오늘날 권력을 사용해 여성들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사건과 연결되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25-37) 설교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기 쉬운 성 소수자들과 난민들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레위기 11장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규례를 오늘날의 먹방 문화와 연결하는 것이나, 예수님의 수난 예고 앞에서 누가 더 큰지를 다투는 제자들의 모습을 한국의 갑질 문화와 연결한 부분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3부 ‘공공의 복음‘에서는 기독교 사회윤리를 다루는데, 특별히 시민불복종, 윤리, 평화에 대한 내용에서는 저자의 전공인 구약 역사서 윤리 연구가 빛을 발한다. 또한 성경 본문을 세밀하게 읽으면 그 속에서 윤리적 메시지와 통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탁월한 모범 사례들이 제시된다.

유명 목회자의 설교집이 한국교회의 설교를 모두 망쳐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럼에도 모범이 될 좋은 설교는 더 많이 소개되고 보급될 필요가 있다. 오늘날에는 성경 주석이나 예화 자료가 부족해서 설교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들이 좋은 설교를 듣지 못하고 좋은 설교집을 읽지 못한다면 설교자의 기준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이 책에 실린 23편의 설교는 당장 그대로 설교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 만큼 훌륭하며 완성도가 높다. 기독교 세계관과 설교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성공한 것 같다.

tip. 1. 빌립보서 2:1-11을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연민과 아픔으로 연결한 설교문(114~120쪽)은 이 책에서 내가 뽑은 최고의 설교문이다.

tip. 2. 소제목들이 뛰어나다. 그대로 설교 제목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탁월하다. 저자와 편집자가 소제목을 정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지 상상이 된다. 모두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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