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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아보니 전국에 약 175만 명 정도가 폐지 수집을 한다고 했다. 놀라웠다. 또한 1년에 900여 명의 폐지 수거 노인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친다는 자료를 보고 생계형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 방안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부양 가능한 연령의 자녀가 있으면 그 자녀가 실질적인 부양을 하지 않아도, 어르신들은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 대상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본문 중)
이준모(해인교회 목사, 조합장)
10년 전, 우리 해인교회 무료 급식소를 매일 찾아오던 70대 후반의 어르신이 있었다. 연민의 마음이 들어 교회 내 폐지가 생기면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드리곤 했다. 유난히 허리가 굽고 체구가 작은 어르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어르신이 보이질 않았다. 6개월쯤 지나서였을까 불쑥 나타났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단다.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났고, 그 이후 죽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여 갈 곳이 없어 방 하나만 얻어 주면 이내 방값을 조금씩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어르신의 말인즉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월세방이 처분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일로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어르신의 요청대로 작은 방을 하나 얻어 드렸다. 어르신은 열심히 일하셨고, 이내 돈을 갚았다.
그 뒤,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료를 찾아보니 전국에 약 175만 명 정도가 폐지 수집을 한다고 했다. 놀라웠다. 또한 1년에 900여 명의 폐지 수거 노인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친다는 자료를 보고 생계형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 방안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부양 가능한 연령의 자녀가 있으면 그 자녀가 실질적인 부양을 하지 않아도, 어르신들은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 대상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폐지를 주워 일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50대 자녀를 돌보는 어르신도 있었고, 알코올 중독자인 자녀에 의해 학대를 받으면서 폐지 수집이라도 하도록 강요된 이도 있었다.
이렇게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많은 폐지 수집 노인의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근본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판단되어, 10년 전인 2013년에 안전과 생계를 지원하는 조직적인 대안으로 <실버자원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다. 임시로 교회 앞에 사무실을 냈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아 지역의 폐지 수집 노인의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우리 동네에만 해도 100여 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생계형 폐지 수집 노인 중에 30명을 조합원으로 모셨다. 조합원의 안전 교육을 교회 앞에 있는 지구대에 부탁했다. 일상적으로 푸드뱅크를 연결하여 사무실 내 냉장고에 음료수나 빵을 비치해 두고,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쉽게 씻을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을 설치하고, 여름에는 에어컨과 겨울에는 언 몸을 녹여 줄 수 있는 난로를 준비해 드렸다. 조합 사무실은 이내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지금은 마을의 폐지 수집 노인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안정적인 일거리를 보장해 주고 있다. 조합은 조합원이 수거한 재활용품의 개인별 실적을 정리하여 조합의 화물 차량으로 고물상에 내다 팔아 판매를 대행해 준다. 그러면 노인들은 고물상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덜고,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수량을 훨씬 넘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고물상은 크게 대상(최종 매입상), 중상(일반 고물상), 소상(수거 노인)으로 구분되며 조합이 중상의 역할을 담당하여 대상과 직접 거래 협약을 통해 중간 유통 마진을 조합원의 소득으로 환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들보다 Kg당 20원을 더 받게 해 주었지만, 이것도 년으로 계산하면 600만 원이 넘는다. 또한 조합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공항공사, 교회 등의 후원을 받아 나들이, 안전 교육, 상담, 복지 등에 힘쓰고 있다. 푸드뱅크, 무료 급식소 등 다양한 저소득층 지원 사업과 연계하여 조합원의 생활을 여러모로 지지해 주고 있다.
최근 <실버자원협동조합>의 10주년 기념식과 성과 보고회를 가졌다. 실버자원협동조합은 출범 당시 조합원이 30명으로 출발했는데, 현재는 연로하여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분들이 조합원에서 빠지면서 13명으로 줄었다. 폐지 수집 가격이 줄면서 조합원도 더 늘지 않았다. 조합원에게 가장 큰 도움은 소속감이겠지만 멀리 고물상까지 교통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니지 않아 육체적으로 덜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후 조합원에게는 교통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폐지 수집으로 인하여 종종 일어나던 다툼도 사라졌다. 마을도 깨끗해졌다. 그리고 동네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폐지 수집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조합이 중간 상인 역할을 담당하여 약 30%의 추가적인 소득 증진도 생계에 도움이 되고 있다. 덤으로 각종 후원 및 지원 사업 연계를 통해 생필품, 식료품, 난방비 등 다각적인 저소득 폐지 수거 노인의 생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폐지 가격이 너무 떨어져 조합원들이 하루 종일 폐지 수거를 한다고 해도 수입이 너무 적다. 그렇다고 안 할 수 없다. 단돈 몇천 원이 아쉽기 때문이다. 임대료, 약값 등을 제외하고 나면 하루하루 먹고사는 생계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기에 정책적 배려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폐지 수집 노인의 생계와 일자리를 위해 정책적으로 배려하여 소득 증대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폐지 수거나 플라스틱 수집을 공공 영역으로 편성하여 공공 근로자에게 국가의 재원으로 일을 시키다 보니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는 더 없는 위협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는 노인 일자리에 참여할 수 없고, 노인 일자리마저도 3시간씩 월 10회로 제한되어 30만 원을 받을 뿐이다. 그러니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는 현실은 더 각박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폐지 가격은 과거의 1/3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배려하기 위해 보장된 시장 영역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콕 집어 말하자면, 이미 영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이 취약 계층의 일자리 영역을 설정하여 보장해 주는 것이다. 실례로 노숙인에게 하천 정비를 맡기거나 공원 화장실 청소를 맡기는 것과 같이, 지역의 폐지 수집 노인을 위해 폐지 수집, 페트병이나 병류, 의류 등 분리 수거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이들에게 보장해 주는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는 부녀회가, 거리에는 사기업이 의류함을 불법으로 설치하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례로 폐지는 kg당 70원이지만 의류는 130원이다(11월 3주 현재). 또한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 사업을 규모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페트병은 부피가 크니, 페트병 분쇄기를 무상으로 이들에게 설치해 주면, 양질의 페트병을 모아 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 동마다 실버자원협동조합을 만들어 ESG를 실천하는 기업과 연계하여 규모화하는 작업을 통해 소득 증대를 해 줌으로써 폐지 수집 노인의 이미지를 노인 빈곤의 상징에서 마을 환경 활동가로 변경시켜 주는 것이다. 일단 복지부가 처음으로 실태 조사를 하였으니, 시범 사업으로 전국에 몇 개 구만이라도 만들어 실시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2025년부터 실시하는 통합돌봄사업과 연계하여 통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간단해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산 문제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공공근로와 사회복무요원 제도와 연계를 하게 되면 실버자원협동조합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최근에 정부가 처음으로 실태 조사를 하고 폐지 수집 노인을 제도권 내로 흡수한 것은 다행이지만 방향이 틀렸다. 거리에서 노숙인을 없애는 정책처럼 거리에서 폐지 수집 노인을 없애는 방식이 되면 안 된다.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에 편성하여 월 30시간에 30만 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폐지 수집 노인의 소득 증대 방안을 중심으로 삼아 지역 노인의 빈곤 문제를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대안으로 해결하는 방향이 맞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다시 잡고, 여기에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인 환경 운동으로 연계하고, 기업 영역에서 실질적인 이익 창출과 ESG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노인의 빈곤 문제를 다루어 주면 좋겠다.
당연히 한국 교회가 할 일이 많다. 한국 교회가 노인의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으면서 실버자원협동조합 사무실과 같이 교회를 거점으로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영적인 갈증을 채워주고, 지역의 든든한 지지대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교회의 식당은 주중 경로 식당으로 전환하여 폐지 수집 노인의 식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정부는 경로식당에 1인당 3,500원을 지원해 주고 있으니 재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교회 목회에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 목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신자는 의류나 재활용품을 자원 순환 차원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 지금의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즉각 행동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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