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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와 유튜버들이 정치와 젠더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논의하는 인터넷 공론장을 장악했음에도 이들의 파급력과 위험성을 간과했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가,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에는 무관심한 채, 능력주의를 신봉하면서 소위 명문대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도록 종용했기 때문일까. (본문 중)
정인수(교사)
“왜 20대 남성 중에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한여름이 시작될 때쯤, 대화를 나누던 교회 동생이 내게 던졌던 질문이다.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그렇지 않은 20대 남성도 많다고 대답은 했지만, 20대 남성 중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극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떠올랐다. 나는 20대 남성 당사자로서 이 현상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2017년, 오버워치 게임 스트리머1)인 갓건배의 행보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게임 방송 중 남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그의 언행을 두고 갑론을박이 심했다. 그 시점에 나는 ‘미러링’2)이라는 말도 처음 접했지만, 나는 갓건배의 행위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그의 주장은 내게는 너무 듣기 거북했고 동의하기도 어려웠다. 남성 혐오를 퍼뜨린다는 ‘메갈’과 ‘워마드’나 여성 혐오를 퍼뜨리는 ‘일베’와 ‘디시’, 그리고 ‘사이버레커’3)들은 모두 혐오주의자들이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당시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누나와 이 주제로 여러 번 대화를 나눴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고 느낀 후에는 이러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2018년에는, 미투 운동과 혜화역 시위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사건들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가 되었다. 같은 해 가을이었을까,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광장 한편에서 총여학생회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 현장을 목격했다(당시에 총여학생회 폐지에 대한 총투표안이 상정되어 있었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정정헌(성균관대의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의 글들을 가끔 읽고 지나쳤지만, 나는 그런 사안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 무렵 유튜브에서는 ‘사이버레커’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혜화역 시위 등 시위 현장에 나가 ‘페미’들을 ‘참교육’한다는 식의 자극적인 썸네일로 만들어진 영상들이 참 많았다. ‘윾튜브’, ‘뻑가’ 등 여러 사이버레커 유튜버들은 페미니즘을 논박한다는 제목과 썸네일로 사람들이 영상을 클릭하게 했지만, 실제 내용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과 가짜 뉴스, 노무현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고인에 대한 모독과 조롱을 웃음거리로 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이러한 사이버레커들을 때려잡겠다는 취지로 등장한 ‘헬마우스’ 같은 유튜브 채널도 등장했지만, 이때부터 20대 남성 중 많은 이들이 사이버레커들의 영상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자주 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내가 군 복무를 마친 직후인 2022년 초에는, 한 여학생이 군인에게 보낸 위문편지에 부적절한 내용을 적어 논란이 됐다. 이 일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군인에 대한 존중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군인에게, ‘봉사해 주어 고맙습니다’(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거나 음식을 대접하는 등의 훈훈한 미담이 제법 자주 들리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봤기에 더욱 그렇게 느꼈다. “군인은 국가에서 자신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게 받아야 하고 그것을 ‘위문편지’와 같은 형식으로 퉁치려고 하면 안 된다. 특히나 그 편지를 여성 청소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성범죄라고 생각한다”4)라는 의견을 접하고 그에 대해 고민해 본 것은 얼마 후의 일이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 시기가 지나갔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까지 약 반년 동안에도 우리 사회에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복학과 졸업, 첫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20대 남성의 극우화 현상’은 너무나도 심각한 현안이 되었다.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는 일베와 디시에서 디시와 펨코(에펨코리아)로 중심이 이동했다. 유튜버 ‘알리미 황희두’가 유튜브 커뮤니티에 적은 글에 따르면, 펨코를 중심으로 이준석을 열렬히 지지하는 20대 남성들, 소위 ‘준천지’(이준석+신천지)가 정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대선 토론 중 그의 ‘젓가락 발언’이 입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끔찍했음에도, 최종 득표율이 8.34%나 나왔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알리미 황희두’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이버 내란’은 심각한 현실이자 사회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5)
스트리머 ‘가재맨’은 인터넷 방송 중 자신의 팬 카페와 시청자들의 채팅을 살펴보고, 이에 대해 반응하는 콘텐츠를 게임 영상과 함께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매번 올린다.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혀를 날름거리는 조작된 영상을 보거나 이재명 대통령이 사람들을 ‘드럼통’에 넣어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드립’, “네 x미 따라가라”는 ‘패드립’6)을 하며 깔깔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로 10대와 20대 남성들이 그의 컨텐츠(인터넷 방송, 유튜브 영상)를 시청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와 유튜버들이 정치와 젠더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논의하는 인터넷 공론장을 장악했음에도 이들의 파급력과 위험성을 간과했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가,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에는 무관심한 채, 능력주의를 신봉하면서 소위 명문대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도록 종용했기 때문일까.
20대 남성의 극우화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내게 없지만, 우리 사회의 극우화 현상의 뿌리를 좇다 보면 이에 대해 한국 교회가 큰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지도자가 세워지기를 기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보수 또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지도자들, 교회의 개혁과 사회 문제는 외면하고 침묵하면서 동성애와 낙태 반대에만 목소리를 쩌렁쩌렁하게 내며 ‘10‧27 집회’에 참석하고 이를 지지하는 교회와 목사들이, 한국 기독교와 나아가 우리 사회의 극우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우화 현상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책임을 전부 기성세대와 교회에 돌리려는 의도는 아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믿음의 선배로서 본을 보이기보다, 권력과 결탁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며 선민의식에 빠져 배타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종교적 열심’에 빠진 ‘극우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2023년 2월에 18년간 다녔던 극우 성향의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교회와 신앙, 삶과 사회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있다. 대화를 나눌수록 나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느낀다. 교회의 양육 시간에 베스 앨리슨 바의 『처치 걸』을 함께 읽으면서 미국과 한국 교계에서 확대 재생산된 ‘성경적 여성상’과 ‘기독교적 가부장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페미니즘의 입장에 선 사람, 보수적인 교회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란 사람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 속한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양육의 자리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이제부터라도 교회의 어른들, 신앙 여정을 밟아온 선배들을 비롯하여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20대 남성들의 극우화 현상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와 교회가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생각을 나눠 보고 싶다.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고, 받아들일 점이 있으면 수용하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 줌의 빛과 따스함을 건네주는 반딧불이가 되어 함께 대화하고 기도하고 응원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비록 개인의 삶과 실천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그래도 발버둥 쳐 보고 노력해 보고 싶다.
1)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편집자)
2) 한국의 온라인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서 ‘남성의 여성 혐오 발언을 성별만 뒤집어 그대로 재현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그런 의미를 지니게 된 말(편집자).
3) 교통사고 현장에 견인차(레커)가 경쟁적으로 몰려드는 것처럼, 온라인에서 논란이나 사건·사고가 터지자마자 달려들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편집자).
4) 신혜연, “‘남혐이다’ vs ‘성범죄다’…여고생 위문편지, MZ에게 묻다[밀실]”, 「중앙일보」, 2022. 1. 30.
5) 박영일, “황희두 “사이버 내란은 현재 진행 중‥대응 TF 꾸려야” [모닝콜]”, 「MBC뉴스」, 2025. 8. 7.
6) ‘드립’은 애드립(ad lib)에서 유래한 말로 즉흥적인 말이나 농담을 의미하며, ‘패드립’은 패륜적인 내용의 드립을 의미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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