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꿈에 사로잡힌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들리던 그 말에 대해 김기석 목사는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을 한다. (중략) “성경은 욕망을 중심에 둔 삶이 아닌, 서로에 대한 깊은 배려, 사랑, 나눔, 돌봄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성경의 메시지를 더 도드라지게 살피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나눠야 합니다.”(본문 중)

천서진(성서유니온 편집국)

 

『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

김기석 지음 | 성서유니온 | 2019. 7. 8. 출간 | 220면 | 11,000원

 

ⓒ성서유니온.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마침내 시인이 온다』(성서유니온)에서 설교자가 시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사람이며, 설교자들은 병든 세상에 마주 선 대안의 세상을 시적으로 구성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언자들은 모두 시인이고, 예수님 또한 시인이었다. 그리고 브루그만이 말하는 시인을 오늘 찾는다면, 그중 한 사람은 김기석 목사일 것이다.

이 책은 3년 동안 「매일성경 순」에 연재된 글을 모은 것이다. 「매일성경 순」에 연재를 의뢰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메시지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첫 번째 편지를 받아 읽어 내려가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아래의 내용 때문이었다.

예수를 믿고 따른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삶은 좀 달라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욕망의 문법에 따라 살기보다는, 예수께서 열어 보이신 ‘다른 세상’, 즉 하나님 나라의 꿈에 사로잡혀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힘겨운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꿈꾸는 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의해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19쪽)

이런 김기석 목사의 생각은 연재가 끝날 때까지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었다. 그의 글은 연재를 거듭할수록 많은 이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그의 글에 인용되는 작품은 수많은 시를 위시한 문학, 미술, 영화, 대중음악까지, 장르를 넘나들었다. 글에서 인용된 작품들을 직접 찾아보았다는 독자들도 있었다. 때론 마치 그 인용된 작품 때문에 이 글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용된 작품들은 글에 잘 녹아들었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다른 시선으로 현실을 보게 했다. ‘도전’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정신이 번쩍 날 만큼 정곡을 찌르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어조는 결코 고압적이지도 무례하지도 않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말미암은 글이라는 것을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연재를 통해 그가 보내온 열여덟 통의 편지는 『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이 편지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김기석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경의 세계가 우리에게 어떤 삶을 가르쳐 주는지 나누고 싶었습니다. 성경은 주류 담론을 따르는 삶이 아닌 비주류의 삶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알려 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주류 담론이 인간의 욕망을 중심으로 형성된다면, 배타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몫까지 내 몫으로 챙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주류 담론의 특징이라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삶은 그런 주류 담론의 세계에서 벗어난 삶을 지향해 보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 전체를 그런 관점에서 봅니다.

물론 그런 삶을 살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해서 타협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기에, 저는 오늘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우리 모두에게) 성경이 어떤 도전을 주는지, 그 도전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지 그 고민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삶, 하나님 나라의 꿈에 사로잡힌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들리던 그 말에 대해 김기석 목사는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을 한다.

에덴 이후를 살아가는 인간은 불안을 운명으로 살기 때문에 불안의 대용물들을 찾을 수밖에 없고, 가시적인 무언가가 내 삶을 안전하게 해줄 거라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 사람들이 평안을 안겨 준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 가치들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파편화하고 자연을 망가뜨리는 등 그 결과가 폭력적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른 삶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은 욕망을 중심에 둔 삶이 아닌, 서로에 대한 깊은 배려, 사랑, 나눔, 돌봄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성경의 메시지를 더 도드라지게 살피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나눠야 합니다.

사람들은 주류 세계가 우리에게 주입한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은 그 내면화된 가치관을 해체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사는 세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야’,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시는 세상의 모습이 뭘까?’ 이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나눠야 하고, 그것이 우리 삶에 나타나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철저하게 다른 세상입니다. 인간이 지향하는 논리와 다른 논리로 작동되는 세상입니다. 어렵더라도 그 세상을 우리가 여기서 시작해 보자는 꿈, 그 꿈을 나눠야 합니다.

실제 이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세상을 꿈꾸며 다른 삶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다른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보게 되었다는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분명 김기석 목사의 말처럼 우리가 다른 세상을 꿈꾸며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믿고 따른다고 고백하는 분을 사로잡은 꿈이었기에, 이 책이 우리도 그 꿈에 사로잡혀 살아갈 용기를 얻게 하는 편지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수 믿는 사람,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사는 사람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 살면 안 됩니다. 청년 정신의 특징은 불온함입니다. 누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갇히지 않아야 합니다. 목회자나 체제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사고하는 데 익숙한 청년들에게는 도마와 같은 태도가 필요합니다. ‘정말 그래? 난 납득이 안 돼’ 하는 태도 말입니다.

교회는 정당한 회의를 존중해야 합니다. 청년들의 자유로운 꿈을 어떤 틀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됩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신앙적 질문에 대해 투철한 자리에까지 가도록 허용해 줄 때, 그러면서도 공동체적 관심 속에서 그들의 고민을 수렴해 줄 때, 교회는 그들의 회의를 통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결기 어린 눈빛으로 “예수 믿는 사람,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사는 사람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 살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던 김기석 목사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는 비단 청년들에게만 띄운 편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주님이 바라보셨던 ‘다른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띄우는 편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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