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온라인 예배의 길을 묻다(윤영훈)

윤영훈(성결대학교 신학부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교회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이제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제공하며 위기에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 교계에서는 보다 나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연구와 시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 종교 활동은 위축되었지만 유튜브에는 새로운 시도를 담아내는 콘텐츠들이 크게 증가하였고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널리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 한동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예배 동아리 <Couch Worship>과 무명의 아티스트 부부가 주도하는 <달빛마을TV>의 “골방 라이브”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전자가 감각적이며 탁월한 미디어 기술적 역량을 통해 참신한 콘텐츠를 제공했다면, 후자는 단순한 구성으로 골방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참여자들과의 소소한 나눔을 통해 공감을 전하는 방식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온라인 콘텐츠들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pixabay.

예배는 ‘다양한 질감을 지닌’ 실행이므로, 그 안에서 몸, 텍스트, 공간, 이미지, 음향, 화상과 디지털 기기들이 각각의 효율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물론 온라인 예배는 오프라인 출석 예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온라인 종교 활동이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아 소극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다감각적 경험과 그것이 몸에 미치는 효과는 전형적인 물리적 참여 못지않다. 실제로 몸 없이는 어떤 디지털 세계에도 접속할 수 없다. 따라서 온라인 활동이 완전히 육체성과 분리된 비물질적 실행이라 간주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디지털을 매개로 한 종교 활동은 의도적으로 참여자들에게 보다 더 ‘몸의 몰두’와 ‘촉각의 개입’을 강조하고 있다. 증강현실 기술과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디지털 기기에 신체적으로 개입하는 성격은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새로운 기술을 매개로 사용하는 것은 오프라인 예배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교회 예배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악기, 음향 시스템, 스크린, 조명 등의 기술은 보다 진보된 형태로 참여자의 몸과 관련된다. 이런 기술들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오프라인 예배 경험의 일부가 되어 있으므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사이의 구분은 그 해석력을 상실하였다.

레이첼 와그너(Rachel Wagner)는 “종교와 가상현실은 모두 초월을 향한 인간의 욕망의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양자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한다. 즉, 인간은 이미 신앙을 통해 증강된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신앙은 ‘세상을 보는 스크린’, 예수님은 우리의 ‘운영체계’ 등 기독교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미디어 은유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4년 개봉한 영화 <허>(Her)는 남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대필 작가 주인공이 인공지능 운영체계와 교류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담아내 화제가 되었다. 육체성이 없는 운영체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이런 설정은 익숙한 체험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의 영적 교류가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고, 때론 육체적인 감각으로 전이되고 급진적 삶의 변화를 낳기도 한다. 종교 체험은 이처럼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신비인 것이다.

보다 나은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라인 세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유튜브가 초기에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튜브는 TV를 통해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다. 만약 유튜브 콘텐츠가 철저한 각본으로 제작된 60분 이상의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제공했다면, TV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돈과 전문 기술이 없는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이 TV 프로그램 제작 방식을 따랐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TV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짧고 선명한 제작 방식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게 했다. 유튜브 경영 책임자 로버트 킨슬(Robert Kyncl)은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공통점은 “팬덤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 진솔함과 진정성, 그리고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성향”이라고 말한다.

기독교 온라인 콘텐츠 역시 이런 차별성이 요구된다. 기성 교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선명하고 간결한 콘텐츠와 솔직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창의적 시도가 중요하다. 아울러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소통, 새로운 그룹 정체성도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기독교 문화가 급격히 위축되고 시장은 붕괴된 상황이었는데, 몇 해 전부터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문화적 시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젊은이들의 각종 집회에서 <위러브>란 찬양팀의 노래들이 큰 인기이다. 20대 초중반의 평범한 젊은이들로 구성된 이 팀의 움직임이 몇 년 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더니, 이제는 말 그대로 ‘대세’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 찬양팀에게서 필자는 한국형 온라인 예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전의 찬양팀들과 구별되는 <위러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이들은 교회나 정기적 집회를 기반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앨범이나 음원을 발매하거나 홍보하지도 않았다. 리더들과 구성원들이 대형 교회나 실용음악과와 유명 찬양팀에서 훈련받은 사례도 없다. 결성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한 멤버들은 처음부터 유튜브와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그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성소’이며 ‘클럽’인 셈이다.

WELOVE의 “시간을 뚫고” 중.(출처: Youtube WELOVE 채널 영상 갈무리)

<위러브> 동영상을 보면 이 팀은 인도자와 청중, 무대와 객석의 구별을 해체하는 공간 재편을 시도한다. 중앙에 마련된 무대 주변을 회중들이 원으로 둘러싼다. 무대는 결코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장소도 교회는 아니다. 입주 전 상가 건물 한 층을 불법 점거한 것 같은 미지의 장소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그 장소는 계속 바뀐다. 원형 무대를 통한 공간 혁명은 이들 예배의 핵심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들은 교회 초청에 잘 응하지 않는다. 한국의 일반적 교회 구조가 자신들의 예배 세팅과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이 시작되면 누가 인도자고 누가 청중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한 명의 워쉽 리더가 주도하지도 않는다. 가사 미리 불러주기도, 예배 참여를 종용하는 멘트도 전혀 없다. 현란한 창법과 화음도 없이 그저 다 함께 노래한다. 이들의 동영상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싱어와 연주자 그리고 청중들을 교대로 포착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어느 한 인물도 2-3초 이상 포착되지 않는다. 이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공간과 노래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예배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이전까지 찬양팀들이 음반과 교회 집회를 통해 그 영향력을 넓혀 갔다면, <위러브>는 SNS와 영상을 통한 가상 예배의 가능성을 보여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당신은 시간을 뚫고 이 땅 가운데 오셨네. …

하나님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시네.

꿈 없는 우리게 그 나라 보여 주시네.

<위러브>의 대표곡 ‘시간을 뚫고’의 가사이다. 신선한 표현이다. 하나님의 임재는 시간의 경계를 넘어설 뿐 아니라, 탈 육체적 사이버 공간에도 충만하게 나타나신다. 나는 늘 새로운 실험과 시도가 반갑다. 온라인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참신한 문화 운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