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판별법
글_변상욱 대기자 (CBS콘텐츠본부장)
‘가짜뉴스’ 문제는 간략히 표현하자면 ‘가짜 언론사’와 ‘가짜 기사’, 크게 둘로 나누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가짜 언론사’ 문제는 언론사로서 취재와 분석, 객관성·타당성에 대한 스크린 장치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버젓이 기사를 생산하는 집단의 문제다. 이번에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에스더기도운동> 등의 조직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언론사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 조직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둘째는, 가짜 언론사가 아닌 기성 언론이라 부를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황당한 기사들의 문제다. 그런 기사들 중에는 그저 취재 과정의 실수나 이념적 편향에 따른 왜곡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많다. 대중을 기망할 불순한 의도를 갖고 허위로 구성한 기사들인 것이다. 이 글에서는 전자에 해당하는 비언론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가짜뉴스의 판별법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다.
첫째로, 기사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일 여건이 안 된다면, 가짜뉴스를 생산·전파하거나 혐오·배척을 선동하는 사이트나 플랫폼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유튜브 동영상의 경우에는 제작자가 명기돼 있다. 대표적으로 Jesus Only, 마라나타 TV, 여호와 로이 TV, truecross7777, World All TV, 개미애국방송, 업코리아 TV, 제네바 TV, 뉴스타운 TV, WildBreez, 정규재 TV, 지만원 시스템클럽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곳을 무대로 활동하는 인물들도 기억해 두고 회피하면 된다.
아직까지는 이름이 확실한 대형 언론사가 덜 속인다. 통상 레거시 미디어(신문, 지상파 TV, 케이블 방송 등의 전통 미디어) 중 주류에 속하는 언론사다. 다만 해당 언론사가 진보, 보수 또는 개혁이나 수구 중 어떤 경향에 있는지는 독자나 시청자가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또 해당 언론사가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유도해 왔는지 그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한다. 큰 언론사는 표가 나지 않게 크게 속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일보, TV조선이 남북화해나 정상회담을 왜곡·비방하는 기사를 양산한 것이 그 예다.
둘째로, 서로 다른 관점을 취하는 2개 이상의 언론사 기사를 놓고 비교하며 읽는 것이 필요하다. 두 기사에서 다른 내용을 발견했다면 좀 시간이 지난 후 어느 쪽이 거짓말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미덥지 못한 기사를 만났을 때 스크랩해 두었다가 얼마 후에 어떻게 거짓으로 판명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것이 ‘뉴스 리터러시’, 즉, 뉴스 문해력의 내공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셋째로, 사진이나 동영상이 제시되어 있다 해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이미지로 독자를 몰아가는 가짜 기사도 있다. 쉬운 예는 TV뉴스의 편집이다. 노동조합 파업 기사 앞에 북한 핵 미사일 소식을 배치하는 경우와 생활고로 자살한 가장의 소식을 배치하는 경우, 노동자 파업 기사의 이미지가 다르게 전달된다. 등에 태극기를 단 무슬림들이 회당에서 기도하는 사진을 제시하고 한국을 이슬람 국가로 만들려고 침투 결단식을 한다고 소개한 기사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사우디로 성지 순례를 떠나기 전에 모여서 기도하는 장면이었다. 기독교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가짜뉴스 예시1. 성지 순례 출발 전 한국의 무슬림들(사진제공: 변상욱)
넷째로, 무언가를 비판하는 기사라면 비판의 근거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자. 비판의 근거나 사실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으면 두말할 것도 없지만, 내용이 딱딱 맞아 떨어지도록 통계와 그래픽이 배치되어 있어도 의심해야 한다. 스웨덴에 무슬림 난민이 몰려들면서 강간 범죄 1위국이 되고 2006년 이후 성범죄 증가율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기사가 그래픽이 제시된 가짜뉴스의 대표적 사례다.
가짜뉴스 예시2. 스웨덴 강간범죄 건수(상), 스웨덴 성범죄 증가율(하) (출처: KBS NEWS)
위 그래프는 스웨덴이 성범죄의 기준을 2000년대 들어 두 차례에 걸쳐 크게 강화하여 성범죄로 분류되는 범죄 건수가 크게 달라진 것을 반영한다. 그래서 2006년부터 성범죄 건수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무슬림 난민이 스웨덴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2015년 무렵이므로 그래프와는 상관성이 극히 미약하다. 이런 배경을 가리고 그래픽과 통계만 제시함으로써 일반인들이 빠져나가기 힘든 함정을 만들었다. – 관련 자료 자세히 보기(클릭)
다섯째, 기사의 어미를 유심히 살피자. 어미가 “~했다”, “~이다”라면 믿을 만하지만 그 외 “~라고 한다”, “~로 알려졌다”, “~라고 전해지고 있다”, “~할 가능성이 있다”, “~가 유력하다” 등은 반쯤 접고 읽어야 한다. 취재 기자가 주인공을 만나 쓴 것인지 현장에 가보고 쓴 것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자의 이름을 분명히 밝힌 기사와 슬그머니 빼버린 기사는 차이가 크다.
여섯째, 외신이 그렇게 보도했다는 것도 의심해야 한다. 해외에 그런 외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외국어로 된 본문을 왜곡해 번역하거나 사진과 피해 사실 등 일부는 사실이지만 제목을 엉뚱하게 붙이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최근 콩고에서 학살당한 뒤 불태워진 기독교인 부락민의 사진이라고 등장한 건, 콩고의 탱크로리 폭발 사고로 화상을 입고 숨진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가짜뉴스 예시3. 학살당한 뒤 불태워진 기독교인이라는 가짜뉴스,
사실은 휘발유 탱크로리 트럭 폭발 사고(사진제공: 변상욱)
이상의 방법들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1차적인 가짜 뉴스 식별법이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먼저, 이 기사가 전파된다면 수익을 얻거나 여론상의 이익을 얻는 것이 누구인지를 살펴본다. 이렇게 보면 가짜 뉴스가 더 쉽게 보인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원전과 탈핵을 둘러싼 찬반 기사들이다. 원전 강행을 찬성하는 기사를 쓰면서 내용 속에 인터뷰를 한 전문가가 전부 원전 찬성론자라면 해당 기사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 어떤 언론사가 특정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왜곡을 마다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중앙일보는 친기업 성향이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민감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에 내놓은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 등이 그 예다.
또한, 뉴스를 감시하는 미디어 비평 전문지, 또는 해당 분야의 NGO 홈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꾸준히 기사에 대한 비평이나 관련된 분석들을 읽어보자. 한국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팩트체크, 기레기 추적자 등을 추천할 만하다. 이번 한겨레 기사 같은 가짜뉴스와 관련된 기사들을 스크랩하며 꾸준히 읽어나가는 방법도 유효하다.
그 밖에도, 해당 언론사의 노동조합이 부정기적으로 내놓는 공정 방송 보고서나 노보, 언론시민단체의 모니터 보고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새로운 기사가 크게 보도되고 번질 때, 그 직전에 사회적 반향이 커지다가 새 기사 때문에 묻혀버린 뉴스를 찾아보자. 이것이 프레임 전환 공작에 속지 않는 비결이다.
*이글은 열매소식지 제267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