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는 그리스도 안에서 잘 다스려지지 않으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욕구를 올바로 다루지 않으면 중독뿐 아니라 죄에 기우는 부정적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나님은 인간을 원하는 존재, 즉 원하기에 행동하는 존재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을 원하며, 그 방향이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방향인지 악한 방향인지를 알아가는 것은 신앙생활에도 중요하다. (본문 중)

김성경1)

 

마음이 텅 빈 느낌과 공허함은 왜 생길까? 그저 기분이 나쁘거나 상황이 좋지 않아서라 생각할 뿐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2) 공허함은 실제로 뭔가를 채우는 쪽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공허함의 핵심 원인인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엉뚱한 방식으로 공허함을 채우려고 한다. 먹을 것으로 채우려 한다거나, 꼭 필요치 않은 쇼핑을 한다거나,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을 잊으려 하거나, 게임에 빠지거나,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돌아다니게 된다. 이러한 방법들로도 잠시 채워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기에 그것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되고 결국 중독에 빠지는 일도 생긴다. 공허함의 원인인 ‘욕구’를 정확히 알고 그것에 알맞게 긍정적 방향으로 욕구를 채우면 중독에 빠지지 않으며 마음도 공허함을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욕구에도 안내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을 필자는 욕구코칭이라 부른다.

 

왜 우리는 욕구에 대해 잘 모를까? 필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는데, ‘이성적이지 못한 것’, ‘거센 이미지’, ‘욕심’, ‘절제해야 하는 것’, ‘일방적인 것’ 등의 부정적 답이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욕구가 우리를 ‘행동하게 하는 힘’임에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채 가려져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니 억누르게 되고 관심을 가지기도 어려운 것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드셨으므로 욕구도 사람이 가진 하나님의 형상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욕구, 즉 뭔가를 바라고 원함도 하나님을 닮은 것이며 욕구는 선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죄로 인해 사람이 하나님에게서 멀어졌기에 욕구 또한 왜곡되거나 통제력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구속 사역으로 우리의 모든 것은 회복 가능하게 되었고 장차 하나님 나라에서 온전히 회복될 것이다. 욕구는 그리스도 안에서 잘 다스려지지 않으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욕구를 올바로 다루지 않으면 중독뿐 아니라 죄에 기우는 부정적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나님은 인간을 원하는 존재, 즉 원하기에 행동하는 존재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을 원하며, 그 방향이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방향인지 악한 방향인지를 알아가는 것은 신앙생활에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욕구를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욕구 리스트에는 100여 개의 욕구가 있는데 그래서 일상에서 순간마다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자신의 욕구를 쉽게 파악하는 방법을 안내하려고 한다. ‘욕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매슬로의 욕구 이론인데, 매슬로는 욕구를 위계로 설명하므로 낮은 단계의 욕구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위계적 관점이 어떤 욕구는 그 자체로 나쁘다는 이미지를 낳는 데도 기여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만나게 된 대안적 관점인 ‘5가지 기본 욕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정신과 의사이며 현실치료학자인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 1925~2013)는 모든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5가지 욕구가 공통으로 있다고 하였다. 특히 사람마다 고유의 욕구 성향이 있으므로 그에 따라 행동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이해한다. 그 5가지 욕구는 생존, 사랑과 소속, 힘, 자유, 즐거움의 욕구이다. 각 욕구별로 드러나는 행동 특징은 다음과 같다.

 

생존과 안정 사랑과 소속 자유 즐거움
원칙, 상식, 규칙,

조심성, 섬세, 완벽,

책임감, 예측, 확인,

정리, 안전, 건강,

꼼꼼, 계획, 성실

친밀, 관심, 함께,

공유, 섬김, 도움,

나눔, 이타적, 공감,

친절, 배려, 양보,

동질, 자책, 연결

성취, 뚝심, 인정,

성공, 자기표현, 승부욕,

자신감, 당당함, 리더십,

제안, 지시, 직설, 지적

변화, 자율, 틀에서 벗어남,

의문 제기, 다른 생각,

당위에서 벗어남, 짧은 말,

평화 추구, 창의성

재미, 호기심, 관찰,

탐험, 도전, 놀이,

웃음, 흥, 유머,

독서, 취미, 배움,

가르침, 리액션, 몰입

 

사람마다 욕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신앙생활에서도 욕구에 따라 행동 특징이 각각 긍정 방향과 부정 방향으로 나타난다. 독자들도 자신의 신앙 스타일은 어떤지 욕구들에 비추어 보기 바란다.

 

 

생존의 욕구는 신앙생활에서도 성실함을 낳는다. 이 욕구를 대표하는 성경의 인물은 욥이다. 예배, 큐티, 새벽기도 등 ‘신앙인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일들을 잘 지켜 행하며, 말씀을 삶에 적용하려고 애쓴다. 안전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고, 그만큼 더 간절히 기도한다. 섬세함이 있어 일상의 작은 일도 기도로 하나님께 의뢰한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가면 조급하여 재촉하거나, 자기 의가 강하여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고, 불안과 두려움이 많아 마음에 평안이 없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보다 교리를 지키고 신앙 형식에 맞춰 사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

 

사랑의 욕구는 다윗처럼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잘 유지하게 한다. 작은 마음의 표현에도 감사한다. 교회에서 친절하며, 돌보고 나누는 역할과 구제하며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을 잘한다. 부정적 방향이 되면 서운함과 외로움을 잘 느끼며 감정에 따라 신앙의 기복도 심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여 꼭 필요한 훈계나 조언을 잘 하지 못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어렵다. 자신의 사랑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며, 그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도 한다.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기에 뒤에서 수군대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힘의 욕구는 신앙생활에서 야곱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끝까지 기도하는 이들로 복음을 담대하게 전한다. 리더 역할이나 책임이 주어지면 포기하지 않고 감당해 내며, 선하고 꼭 필요한 일이면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해 낼 수 있는 이들이다. 부정적 방향이 되면 자기 자랑이 많고, 승부욕을 품고 지위를 쟁취하려 할 수 있고, 공동체가 자신이 제안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예 손을 떼버리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갈등이 생기면 지지 않으려고 더 세게 나가며, 지적을 받으면 상대를 비난하거나 남을 탓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자유의 욕구는 탕자의 아버지처럼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기다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복 신앙을 싫어하며, 신앙의 원리를 중요하게 여기며 말씀이 정말 그러한가 묵상할 수 있는 이들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려는 맘으로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며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한다. 부정적 방향으로 가면, ‘마음만 있으면 되지’ 하면서 예배나 신앙의 형식을 거부할 수 있다. 닥쳐오는 상황에 대해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이 많으므로 간절한 기도가 어렵고, 기복신앙이 싫은 만큼 사소한 일에 대한 기도를 부담스러워한다. 한 번씩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잠적하기도 하며, 교회 내에서 친밀함을 원하는 이들이 훅 들어오는 개인적 질문을 할 때 도망가고 싶어 한다. 길거나 내용이 반복되는 설교를 힘들어한다.

 

즐거움의 욕구는 사는 날 동안 즐거움을 추구하게 한다. 이런 사람들은 낙천적이며 감사와 감동이 많다. 설교에 리액션이 많고 열정적으로 찬양을 하는 이들이다. 새로운 배움의 기회에 열심히 참여하며, 교회 식구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든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면 놀러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 교회를 못 나오기도 하며, 먹고 노는 즐거움의 추구가 지나쳐 무절제한 쾌락에 빠질 수 있다. 애통이나 자기 성찰이 부족할 수 있으며, 설교가 새롭거나 흥미롭지 않으면 힘들어할 수 있다.

 

우리의 신앙은 빛(긍정 방향) 가운데 있거나 어둠(부정 방향)에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우리는 세상을 이기었다고 하신 주님을 힘입어 어둠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5가지 욕구로 보면 신앙생활 속 자신의 행동의 이유, 즉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상대방의 욕구도 알게 된다. 욕구로 보면 많은 행동이 해석된다. 문제 있는 행동에 대해서도 그 안에 있는 욕구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나나 상대방이 이상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욕구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 하는 관점으로 해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원래 욕구는 사랑받고 싶은 것이었는데 부정적 방향으로 문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긍휼한 마음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욕구의 긍정 방향과 부정 방향을 구분하고 돌이켜 하나님이 원하시는 욕구 채움 방법을 찾아가도록 돕는 욕구코칭이 필요하다. 또 관계 속에서 상대의 욕구를 알려고 하는 것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일이므로, 공감을 일으키고 상대방과 연결되는 좋은 방법이 된다. 성경의 ‘판단하지 말라’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 독자들도 욕구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해석해 보기를 권한다. 욕구코칭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1) 욕구코칭연구소 소장, 기윤실 청년상담센터 위드 공동소장, 저술로서 『욕구코칭』(수업디자인연구소, 2018), 『도대체 왜 그러냐고!: 갈등, 욕구로 통하다』(수업디자인연구소 2019)가 있다.

2) 물론 마음의 공허함이 생기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영적인 것이다.

 

*** 「욕구강도 프로파일」 검사를 해 보실 분은 욕구코칭연구소 자료실에서 검사지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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