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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은 오래전부터 AI의 등장을 예언했다. 소설에서 인간은 강하다. 질병과 노화를 정복하고 산 같은 로봇을 입고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특이한 건 AI 로봇이다. 로봇은 연약한 인간이 되고 싶어 하고, 음료수가 식도를 넘어가는 느낌이 뭔지, 나이 들어 죽는다는 게 뭔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스럽다는 데 그 느낌이 뭔지 알고 싶어 한다. (본문 중)

 

이정일(작가, 목사)

 

오픈AI CEO 샘 올트먼의 발언이다.

 

수천 일 안에 초지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우리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섰다.

 

올트먼은 2028년 말쯤이 되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인간에서 AI로 바뀌게 된다고 예상한다. 초지능(superintelligence)은 최고의 과학자들보다 더 뛰어나게 연구를 수행하며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들을 풀어낼 것이다. 벌써 그 징조가 보인다.

 

병명을 찾지 못해 10년 동안 고생했는데 AI는 6초 만에 알아냈다. 요즘 마케터는 기획안의 초안, 디자인, 데이터를 AI에게 맡긴다. AI는 몇 초 만에 몇십 가지 시안을 내고 마케터는 그중 하나를 골라 수정하면 끝이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우리는 자신의 업무 환경에 맞는 개인용 챗봇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지금도 놀라운데 초지능이 더 발전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성간 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이고 거리는 4.24광년이다. 이곳에 우주선을 보낼 수 있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불가능하나 미래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AI를 사용하여 인간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SF 영화나 소설에서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AI를 구원자로 여긴다. 일론 머스크는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런 시대를 보며 두려움을 느낀다. 그게 영화 <터미네이터> 속 AI 스카이넷이나 <매트릭스> 속 AI가 지배하는 세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AI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나 하나는 확실하다.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걸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뭘까? 프로그래머, 회계사, 변호사, 번역가, 공장 생산직은 벌써 AI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반면 요리사, 목수, 심리 상담사, 작가는 끝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AI로 사회가 재편되는 걸 보면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기자들에게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자신은 변하지 않는 것(고객의 니즈, 빠른 배송, 낮은 가격 등)에 모든 비즈니스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이다. 베이조스가 말한 ‘변하지 않는 것’을 우리에게 적용하면 그게 뭘까?

 

김애란 작가는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하여 AI와 인간의 결정적 차이로 ‘망설임’을 꼽았다. AI는 막힘없이 유려한 답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망설인다. 그것은 몰라서가 아니다. 느끼고 공감하고 성찰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느끼고 방황하고 주저하고 생각한다.

 

SF 소설은 오래전부터 AI의 등장을 예언했다. 소설에서 인간은 강하다. 질병과 노화를 정복하고 산 같은 로봇을 입고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특이한 건 AI 로봇이다. 로봇은 연약한 인간이 되고 싶어 하고, 음료수가 식도를 넘어가는 느낌이 뭔지, 나이 들어 죽는다는 게 뭔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스럽다는 데 그 느낌이 뭔지 알고 싶어 한다.

 

흔들리고 불안하고 의심하고 초조하고 긴장되고 격동하는 느낌을 AI가 알 수 있을까? 하지만 호손의 소설 『주홍 글자』를 읽고 나면 이것들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느낀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내 마음속에 나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방이 있고 그 방에 들어가면 진짜 나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느꼈고 머릿속에서 도파민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인간다움을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는 점점 중요해질 것이고 인간은 중독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고 질문하고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한, 다시 말해 기술은 계속해서 진보해도 우리가 느끼고 공감하고 통찰하고 직관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갖는 한,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내가 씨앗보다 작은 자궁을 가진 태아였을 때, 나는 내 안의 그 작은 어둠이 무서워 자주 울었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 「달려라, 아비」의 첫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허둥댔다. 낯선 감정에 당황해서다.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 어디선가 불이 켜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뇌는 은유와 암시, 비유와 묘사가 풍부한 글을 읽을 때 뇌의 좌측 피질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는 5일 동안 지속된다. 이것이 AI 시대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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