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유치원 회계 비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2017년 2월 범부처 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국 9개 시·도 95곳의 유치원·어린이집을 점검한 결과 위반 사례는 609건, 부당 사용액은 무려 205억 원 이상이었다. 당시 보고서에는 기관 운영비를 해외여행경비·자녀학비·유흥비 등으로 위법하게 집행한다거나, 이중장부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리베이트 등 관행처럼 반복돼 온 회계 비리 유형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본문 중)

조성실(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출처: KBS News Youtube 영상 캡쳐]

 

2018년 10월,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키워드는 단연 ‘유치원 비리’다. 시작은 ‘포도 두세 알 먹이고 돈 빼돌려도…“엄마만 모른다”’는 기사와 함께 MBC 뉴스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되었던 감사 적발 유치원 실명 리스트였다. 명단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갔고, 연 2조 원 가량의 국고 지원을 받는 사립 유치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공분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유치원 회계 비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2017년 2월 범부처 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국 9개 시·도 95곳의 유치원·어린이집을 점검한 결과 위반 사례는 609건, 부당 사용액은 무려 205억 원 이상이었다. 당시 보고서에는 기관 운영비를 해외여행경비·자녀학비·유흥비 등으로 위법하게 집행한다거나, 이중장부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리베이트 등 관행처럼 반복돼 온 회계 비리 유형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가족 중심의 불법적 시설 운영, 금지된 노후 시설 개선을 위한 적립금의 변칙 운영, 위생관리 부실(유통기간이 경과한 식재료를 보관하는 등) 등, 위반 사례 전반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침해하고 위협하고 있음이 명백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

그 당시 발표된 여러 대책들은 그저 한 장의 종잇조각으로 남겨졌을 뿐 아무런 기능도 해내지 못했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여러 번 이와 같은 실태를 고발하며 정보공개청구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이번 유치원 사태가 촉발되기 직전까지 정부로부터 별다른 답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한 달 유치원 비리가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그간의 감사 결과들이 공개되고, 정부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유피아 근절 3법(박용진 의원실 발의-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되는 등 약간의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유피아 근절 3법에 관한 가짜뉴스가 SNS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제공: 정치하는엄마들)[1]

 

그간 대책이 없어 개혁을 못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을 불문하고, 정부 당국과 여야 의원 모두 유치원 비리 관행을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해 왔다. 표면상으로 내세울 만한 명분은 분명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수시로 내세운 ‘집단 휴원’ 카드였다. 물론 한유총의 로비력도 큰 몫을 해 왔을 것이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부 행사를 무력으로 저지하고, 수백 명 회원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해 파행하게 하여도, 누구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2] 오히려 비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국회 토론회, 국회 입장 시 프리패스 등 한유총 관계자들은 그간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특혜를 평범한 것인 양 누려왔다. 그 모든 특혜가 과연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을까. 그간 공식적으로 또는 물밑으로 한유총과 교류해 왔을 숱한 커넥션들이 하루아침에 끊어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오직 한 가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뿐이다. 유치원 관련 키워드가 주요 포털 검색어 순위에서 사라져도, 각종 새로운 뉴스들이 유치원 비리를 상대적으로 진부한 뉴스거리로 만드는 때에도 의지를 가지고 이 사태를 주목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마땅히 져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다.

대다수의 유치원이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도, 꿋꿋이 양심과 철학을 지켜 원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기회에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양심적이고 아동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치원 환경이 대대적으로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우리 아이들이다. 방심하지 말고, ‘유치원 비리 근절’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Unsplash]

[1] ‘정치하는엄마들’은 이와 비슷한 가짜뉴스에 관하여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 politicalmamas2017@gmail.com

[2] ‘정치하는엄마들’은 이와 관련해 2018년 11월 6일(화) 감사원 정문 앞에서 ‘교육부의 비리유치원 비호·방조에 대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또한 지난 10월 30일(화)에는 한유총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주거침입, 공모공동정범으로 형사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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