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지 이제 반년이 넘었다.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서 이 변화의 전모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한쪽 면을 살피다 보면 그 부분에 집중하느라 다른 쪽 면은 보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이번 사태에 가장 잘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욱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을 보이고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본문 중)

권선필(목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지 이제 반년이 넘었다.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서 이 변화의 전모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한쪽 면을 살피다 보면 그 부분에 집중하느라 다른 쪽 면은 보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이번 사태에 가장 잘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욱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을 보이고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중국 북경에서는 코로나 확진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수도권에서 여전히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있다. 가을이나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들린다.

현실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해도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큰 그림은 그려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코로나19를 크게 보고 넓게 보기 위해서 생태, 보건 의료, 경제 그리고 사회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각각 살펴보고, 이어서 이런 측면들을 통합해서 보려 한다. 그래야만 지금 벌어지는 현상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관점을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취하며 코로나19를 살펴보고, 이후에 다시 이들 네 가지 관점을 하나로 묶어서 전체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자.

 

생태 관점

코로나 19문제는 근본적으로 생태계 파괴와 관련된다. 지금 코로나19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놀랍게 예언한 영화로 주목받은 <컨테이젼>(2011)의 시작과 끝부분에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인간이 원시림을 파괴하자, 그 원시림에 있던 바이러스가 박쥐를 통해 돼지에게 옮겨 간다. 그리고 그 돼지에게서 홍콩인 요리사의 손으로, 그리고 다시 미국인 관광객에게로 옮겨 간다, 이 관광객이 귀국하면서 출근한 직장에서 그리고 그다음에는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간다. 사스나 메르스 그리고 그 원조가 되는 홍콩 독감 등 모든 바이러스는 본래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이 바이러스들이 자연에서 나와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생태계 파괴이며, 생태계 파괴가 계속되는 한 바이러스 문제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보건 의료 관점

모든 바이러스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감기처럼 간단히 넘길 수 있는 정도의 바이러스가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사스, 메르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들은 감염율도 높고 감염이 되면 열, 피로감, 마른기침, 전신 통증, 목 아픔, 두통, 설사 등을 가져온다. 코로나19의 경우 감염 후 5-6일이 되면 기관지와 폐에 침투해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데, 고열과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고 마른기침, 흉통, 흉부 압박감 등과 대단히 고통스러운 통증이 동반한다고 한다. 그리고 증세가 악화하는 경우, 사스나 메르스에 비하면 치사율은 낮지만,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망률도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는 무엇보다도 먼저 보건 의료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이다. 감염 의심자의 경우 선별진료소의 격리 공간에서 검체 채취를 받고, 결과가 음성일 경우에는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양성일 경우에는 증상에 따라 감염병 전담 병원이나 국가 지정 입원 치료 기관 등에 치료 병상을 배정하여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보건 의료적 대응은 사전에 준비된 인력과 시설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자원도 확보되어야 한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경험한 것처럼, 지역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감염자의 수는 정해져 있어서 그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보건 의료 이슈가 될 것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경제 관점

현재까지는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검증된 백신이나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손 씻기나 마스크 쓰기와 같은 개인위생 관리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물리적 거리두기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물리적 거리두기가 인간의 관계 방식을 급격히 변화시키며 경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통한 감염 차단과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상호 대립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차단으로 물리적 상호 접근을 필수로 하는 소매업, 식당, 관광, 문화 예술 공연 산업은 움츠러들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제적으로 구축된 생산과 소비의 연결망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어 급격한 경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물리적 상호 접근이 중요한 생산 및 유통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이 일어나 이들 가계의 생계유지에 치명적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가들은 실직자의 임금을 보전해 주거나 국민들에게 재난 소득을 지급하는 등 재정 확대 정책을 강화하여 코로나19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당수의 개인과 가계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은 대단히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공공 의료 및 방역 체계의 유지 강화 조치와 우선순위에서 상충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회 관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는 보건 의료 대응을 위해 필요한 행동 변화가 반영되어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경제 이슈가 폭발적 상황에 이르면 급진적 사회 변화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위협받는 집단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동시에 이들 집단의 집단행동을 촉발하는 사건이 일어날 경우 급격한 사회 변동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주도하는 평화 시위와 일부에서 일어난 폭동이 바로 이런 사례이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키자(2020. 5. 25.)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의 평화적 항의 시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부 도시에서는 약탈, 방화를 동반한 폭동이 일어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빈민층의 흑인들이 많이 사망했는데도 별다른 도움이 없었고, 직장을 잃고 생계에 위협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종 차별적 폭력이 속출하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받는 고통이 심각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사회가 공감해 주거나 돌보아 주지 않을 때 이와 같은 급격한 사회 혼란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보는 더 길고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들을 이와 같은 네 가지 관점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이 현상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지 알 수 있으며, 향후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시각을 동시에 사용해서 천천히 또 자세히 코로나19 현상을 관찰하고 대응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관점을 좀 더 세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철학적 관점, 심리적 관점, 과학기술적 관점, 역사적 관점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른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점점 분명해지는 것은, 코로나19가 가져오는 변화가 지난 100여 년을 지속해 온 현대 문명과는 다른 차원의 변화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00년 전의 스페인 독감이나 심지어는 14세기의 흑사병과 비교할 만하다. 학교, 공장, 교회 등 근대적인 조직들을 유지해온 운영 방식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흑인 문제뿐만 아니라 남북전쟁으로, 그리고 그 이전의 콜럼버스로 대표되는 서구 식민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외침으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 문명의 근저에 있는 자연 파괴적인 개발과 성장주의가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므로 코로나19는 지금 개인행동과 집단 조직 그리고 국가 사회 운영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습관, 생각, 가치관, 세계관을 모두 되돌아보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관점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뜻이 무엇인지를 겸손하게 물어보고 응답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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